땅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와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지하공간 '두더지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
지난 24일 오후 대구지하철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대구 중구 반월당역 내 메트로센터 '만남의 광장'. 어림 잡아 100여 명은 훨씬 넘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지난 23일 휴일에는 이곳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이들의 춤과 노래 등 장기자랑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만남의 광장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이영목(21) 씨는 "평소 친구들과 약속장소로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며 "특히 더운 날은 버스보다는 시원한 지하철을 타는 편이라 자연스레 찾게된다."고 말했다.
쇼핑을 하다 잠시 쉬고 있다는 주부 박정남(58·대구 남구 대봉동) 씨는 "쉴 만한 공간으로 지하철역보다 좋은 곳은 없다."며 "주변의 쇼핑몰과도 연계돼 있어 상당히 편하다."고 지하공간 예찬론을 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하쇼핑몰 상인들 역시 늘어나는 고객을 자기 가게로 붙들어오기 위해 바쁘다.
반월당역 내 메트로센터 쇼핑몰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박선희(40) 씨는 "올해는 비가 유난히 많이 와 지하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최대한 상쾌함을 주기 위해 점포내 냉방시설에 특히 신경쓴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생활용품 할인점 점원인 김정순(40) 씨도 "매출이 2배 정도 올랐다."며 좋아했다.
같은 날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는 그림 전시회가 한창이었다. 부근 지하상가 화방 주인인 하성임(54) 씨가 마련한 것. 하 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지하로 내려오는 사람이 급증, 그림 감상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에 전시를 시작했다."며 "그림을 보다가 맘에 들어 구입하는 경우도 있어 1석 2조"라고 말했다.
중앙로역 안전요원인 김대원(31) 씨는 "중앙로역과 연계된 지하 쇼핑몰이 지난달 말 개장하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늘었다."며 "더운 날씨에 시원한 지하공간에서 쇼핑도 하고 편히 쉴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지하철2호선 두류역 만남의 광장에서는 탁구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50평 남짓한 공간엔 놓여있는 5개의 탁구대 주변에서는 라켓을 쥔 사람들이 연신 비지땀을 흘리며 하얀 공을 넘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탁구동호회 '두류1번지' 회장인 김준태(52·대구 달서구 두류동) 씨는 "무더위를 피해 지하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탁구대 인기가 최고"라며 "하루 평균 60명 정도가 탁구대를 이용한다."고 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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