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 vs 대리운전' 기사들의 전쟁?

정차위반 '카파라치' 구청마다 수백건

개인택시 기사 황하광(57) 씨는 26일 '정차위반을 했으니 대구 서부경찰서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택시영업을 하는 동안 주차위반 딱지를 한 번도 떼인 적이 없던 그는 경찰서에서 개인택시 동료 3명을 만나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도로에 정차한 택시를 전문적으로 당국에 신고하는 이른 바 '카파라치'에 걸려든 것이었다.

택시 기사들이 떨고 있다. 대구 시내 경찰서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택시기사들에 대한 정차위반 신고가 쏟아지고 있는 것. 택시기사들은 강력한 영업 경쟁상대인 대리운전업체들이 정차위반 신고에 나선 때문이라 주장한다.

대구서부경찰서는 지난달말부터 이달초 사이 불과 열흘동안에 무려 500건이나 되는 정차 위반 신고가 접수돼 사실상 민원업무 처리가 마비될 정도라고 밝혔다.

달서경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불과 열흘도 안돼 수백 건의 신고가 들어오는 등 대구시내 대다수 경찰서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무더기 신고와 관련, 택시기사들은 최근 대리운전 업체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은 이후 신고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개인택시조합 측은 "대리운전업체가 관광버스 8대를 동원, 대리운전기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대리운전기사들의 이동을 도와 왔다."며 "이는 불법적인 유상 운행 행위인만큼 조합은 법인택시조합과 함께 대구시와 각 구청에 대해 단속을 건의했었고, 이런 과정에서 법원이 지난달 초 이 버스의 운행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판결 직후부터 '카파라치'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정차위반 신고를 당하면 범칙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찰서 출두조사까지 받아야 해 영업피해가 크다고 발끈했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업체 측은 "업체가 사람들을 동원해 택시를 조직적으로 신고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시조합이 대리운전업체의 버스 운행에 대해 소송까지 건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조직적 신고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대리 운전기사들이 택시에 대해 갖는 감정이 좋지않아 몇몇 기사들이 신고를 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인정했다.

한 대리운전 기사(36)는 "대리운전 업체가 빌려 운행했던 버스는 대구 시내 주요 지점을 운행, 대리운전 기사들이 너무 편리했었다."며 "한달에 3만 원만 내면 마음대로 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버스가 없어지면서 택시로 이동해야 해 대리운전비 8천 원을 받으면 택시비가 4천 원이 나가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대구시내에는 개인택시 1만 대와 법인택시 6천9백80대가 있다. 또 영업 중인 대리운전업체는 650곳, 대리운전 기사는 5천40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민주당 이낙연 국회의원 조사)돼 양측이 치열한 영업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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