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불쌍한 사람은 '鰥寡孤獨(환과고독) 이상 없다'고 했다. 홀아비와 과부, 부모 없는 아이와 자식 없는 노인이 바로 이들이다. 세상이 너무 달라진 오늘날도 이런 사람들이 불행과 거리가 떨어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행복한 외톨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부모와 자식을 갖춰야 '행복한 가정'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인류학자 조지 P 머독은 家族(가족)을 '주거를 같이하고, 경제적으로 협동하며, 자녀를 낳아 기르는 사회집단'이라고 규정했었다. 또한 그는 '따로 사는 가족'을 '家口(가구)'라 불렀다. 오늘의 우리나라 '가족'을 '가구'라고 해야 마땅할 정도로 '떨어져 사는 가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가족에 대해 이 정의를 대입해 보면 그래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나 홀로 가구'는 다섯 집 중 한 집꼴이나 된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현재 총 1천598만 8천여 가구 중 이같이 나타났다. 10년 사이에 무려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부부 단둘만 사는 2인 가구도 전체의 22.2%여서 1, 2인 가구가 일반가구의 거의 절반 수준인 42,2%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같이 核(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걸까. 離婚(이혼)이 많아지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거나 안 하면서 여성 가구주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그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마저 갈수록 늘어나고, 노부모를 모시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살기 어려워 가족과 떨어져 사는 40, 50대가 늘어난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 구성을 힘들어 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문제다. 툭하면 부부가 갈라서고, 편하게 살려고 자녀를 두지 않으며, 어른을 奉養(봉양)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살기 어려워 '너 벌어 살고, 나 벌어 살기'로 가고, 자녀 교육 때문에 '기러기' 신세가 되는 경우도 많다. 전통적인 가족과 가정의 '그 따스함'을 그리워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할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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