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재보선 결과 4곳의 지역구 중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3, 1석씩 차지하고 열린우리당이 전패하자 각 당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번 재·보선에 청와대 출신을 3명이나 후보로 내보냈던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패배를 예견하면서도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막상 결과가 참패로 나오자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27일 오전회의를 열지 않는 등 지도부가 외부 노출을 꺼리는 가운데 정부 측을 불러 고위정책회의만을 열어 민심수습안을 논의했다.
특히 전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은 밤 10시께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이들은 17대 총선 이후 지금껏 치러진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 19곳 중 4곳을 얻었을 뿐, 국회의원(14곳)과 광역단체장(4곳), 광역의원(17곳) 선거에서 전패한 것에 대한 깊게 탄식했다.
또 국회 과반 의석에 육박하는 142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의원들은 '병든 코끼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불패 신화가 깨졌다는 데에선 정국 반전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 아니냐?"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당은 항상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여기고 받들면서 자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당의 정비와 변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더 채찍질을 해나가겠다."고 말하면서도 "재·보선은 재·보선에 불과하다."며 이번 선거에 대한 정치적 의미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특히 "5·31 지방선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선거를 놓고 당의 체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지도부 책임론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 의견은 분분하다. 3곳의 승리와 1곳의 패배 중 어떤 쪽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의원들 평가가 엇갈린다.
부정적인 쪽은 '5·31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안겨줬는데도 한나라당이 수해지역에서 골프, 음주가무를 즐기는 등 나태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심판'이라고 봤다.
한 초선 의원은 "둑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당장은 성북을 한 곳에 뚫린 구멍이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전체가 무너지는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성조(구미갑) 전략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매번 선거에서 전승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번 선거에서 3석이나 승리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 먼저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에서 중요한 것은 몇대 몇이냐는 선거공학적 논리가 아니다."며 "성북을 패배는 한나라당에 좋은 약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민주당이 가져갔든, 한나라당이 가져갔든 현 정권에 대한 강한 심판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민주당=26일 저녁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는 축제 분위기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던 서울 성북을에서 조순형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순간, 한화갑 대표와 장상 공동대표, 김효석 원대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 당직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민주당 만세"를 외쳤다.
이상열 대변인은 "이번 보궐 선거는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심판이며 한나라당의 오만과 일당 독주를 견제해 달라는 민의의 표현"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생활정치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정당성이 입증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서울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민주당이 원하든 원치 않든 한국 정치의 새 틀을 짜는데 중심이 돼달라는 국민의 명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청와대는 26일 열린우리당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채 끝난 7·26 재보선 결과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궐선거는 보궐선거일 뿐"이라며 담담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선거결과에 대한 논평 요청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보선 결과에 대해 청와대가 논평을 한 적이 없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20%에 불과한 선거결과를 놓고서 왈가왈부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고, "청와대가 이번 재·보선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이나 기대를 가진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조순형(趙舜衡) 전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반면 김만수(金晩洙)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조재희(趙在喜) 전 청와대 국정과제 비서관, 김성진(金晟珍)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청와대 출신들이 모두 낙선했다는 사실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에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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