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재촉받는 아이들

오늘날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조기교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는 드물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조기교육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기저기 학습에 대한 정보로 홍수를 이루고 있고 심지어 신생아를 위한 조기교육정보와 상품이 봇물을 이룬다. 가치판단 할 틈도 없이 알게 모르게 조기교육에 대한 정보들이 우리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세 살 때 한글을 떼야하고, 초등학교들어가기 전에 영어는 알고 가야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중3과정을 떼야하는 것 아니냐며 장기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돌입한다. 중산층 가정으로 갈수록 이와 같은 생각은 일반화 되어 있고 이로 인해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조기교육에 열중하게 된다. 아이들을 빨리 성장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기 성장에 대한 압력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엘킨드라는 학자는 '재촉'하는 것이 유·아동기 어린이에게 가장 심각한 스트레스원이 되고 재촉하기 위해 과도한 학습량을 요구할 때 아이들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이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성숙을 방해하게 된다고 하였다.

빨리 성장하고 남보다 우수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가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불안, 근심 ,걱정과 같은 심리적인 불균형 상태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성장에 대한 과다한 재촉은 아이들에게 걱정과 불안을 주고 그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 소모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정작 정상적 성숙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므로 활기를 잃고 무기력하게 된다. 또한 학습을 위한 정상적인 성숙이 있기 전에 읽기 학습이나 외국어 교육과 같은 조기교육을 과다하게 시킬 경우, 장기적인 학습장애가 초래될 수도 있다. 우리는 조기 성장에 대한 재촉이 가져오는 이러한 부작용에 관해 의외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기 교육을 향한 부모들의 노력은 '우리아이는 똑똑하고 능력 있고 우월하다', '나는 우리아이에게 그런 걸 제공할 만한 재력이 있고 능력도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인 무의식적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청난 학습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녀가 진정으로 능력있고 똑똑하기를 원한다면 재촉하기 보다는 천천히 가자. 이것이 스트레스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만드는 길이며 심리적인 건강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기본기가 되는 것이다.

오미형 경운대 아동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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