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다./샛길이 많은 나의 두뇌회로/할 일 문득 떠오르고 마음 바빠져 시계라도 보고 싶은/짤막한 모세혈관, 그 샛길로/그곳에 이를 것이다/귓볼 살랑이는 샛길 유혹 털어내고/앞에 열린 오직 이길, 자유로/한 회로만 열어놓고 달려가면/날개 돋아 붕붕 뜨는 길의 비등점/생체아편이 척수에서 뿜어 나오고/꽃길인 듯 꿈길인 듯 색감 살아나/휙휙 스쳐가는 거리풍경/들숨날숨 리듬을 타며 미풍 속을/달.린.다.나.는.누.구.인.지.몰.라.도.(김연숙 作 '러너스 하이')

# 달리는 의사 박정운 씨

박운정(대구 적십자병원장·50)씨는 일주일에 적어도 4일은 10㎞ 이상을 뛰는 마라톤 마니아다. 지금까지 모두 115번의 완주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마라톤을 시작한지 6년 만에 전국에서 17번째로 100회 완주 기록을 세워 평창의 기념비에 그의 이름을 새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6일 이상을 뛰었을 정도입니다. 매일 뛰지 않으면 몸이 개운치가 않아 병원장을 맡고 있는 지금도 틈만 나면 집 앞의 수도산 공원을 20바퀴 이상 뛰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1999년 3월. 하지만 무리한 운동으로 곧 무릎에 문제가 발생했고 증세가 완쾌되는데는 5개월 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 때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그는 유연성 운동과 근력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기본 체력이 바탕이 되고,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몸에 갈 수 있는 무리를 줄여줘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 것이다.

"병원 진료 중에도 잠시의 여유가 생기면 사무실 한쪽에 있는 20㎏짜리 역도를 들고, 윗몸 일으키기, 스쿼트 등을 통해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 생활의 활력소, 마라톤

그에게는 마라톤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뛸 때 느끼는 '쾌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흔히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표현되는 그 순간.

운동 초반에는 호흡곤란, 가슴통증, 두통 등의 고통으로 '그만 달리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가 30분 정도가 흐르고 나면 고통이 줄어들고 호흡이 순조로워지며 운동을 계속할 의욕이 생겨나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 상태가 온다. 그리고 이때 하늘로 날아오를 듯 한 희열을 맛보게 되는데 이 쾌감이 바로 '러너스 하이'다.

"마라톤을 한다고 해서 늘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속도 경쟁에 치중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그날 몸의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편안한 기분 속에서 달릴 때 주로 이런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거죠."

의료계에서는 아직 '러너스 하이'의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베타 엔도르핀, 오피오이드 펩티드, 노어 아드레날린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작용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마라톤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정신적,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는 것도 마라톤이 사람에게 주는 큰 효능 중의 하나인 것.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성취감, 어려운 일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쾌감 등도 마라토너 들을 계속 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법'입니다."

마리화나를 피울 때와 비슷한 쾌감을 가져다준다는 러너스 하이. 하지만 이는 노력에 대한 대가로 신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중독되어도 좋을 활력소가 분명하다. 긍정적이고 활기찬 인생을 꿈꾸는 자, 달려보라!

▲러너스 하이

러너스 하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아놀드 멘델이 자신의 논문 '세컨드 윈드'에서 처음 소개한 이론이다. 달리기를 시작해 30분 정도가 지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팔 다리가 가벼워지면서 새로운 힘이 나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기분은 마라톤 뿐 아니라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계속해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러너스 하이'에 빠져 너무 운동에만 집착한다면 몸에 무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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