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지만 위험한 '사이렌의 노래'를 아십니까?'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의 모습인 바다의 요정, 세이렌(Seiren)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근처 작은 섬에 살았다. 세이렌은 아름답고 감미로운 노래와 뛰어난 연주솜씨를 자랑했다. 세이렌의 노래에 혼이 빠진 뱃사람들은 배가 바위에 충돌하는지도 모르고 항해하다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던 것. 트로이 전쟁에서 이긴 난세의 영웅 오디세우스조차도 귀로에 이 섬을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않으려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았다. 자신은 몸을 배의 돛대에 묶었다. 그래서 그는 세이렌의 유혹의 노래에도 불구하고 섬을 빠져 나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에 낙담한 세이렌은 바다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처럼 매혹적이고 달콤한 유혹의 노래에 빠져 멋모르고 이끌려 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목숨을 잃게 되는 죽음의 노래가 바로'사이렌의 노래'(Siren Song)가 아닐까.
그런데 신화에 나오는'사이렌의 노래'가 지금 우리 주위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또 그 달콤한 노래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 우리 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한·미 FTA 3차 협상은 9월부터 미국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한· 미 FTA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장밋빛 결과만을 내놓고 한·미 FTA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번 협상에서 역대 어떤 국가와 맺은 FTA보다 극대화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의회나 관련 이익단체나 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대는 미국에 비해 우리는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한· 미 FTA가 소득 양극화나 경제적 침체 등과 같은 모든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도깨비 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믿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으니 말이다. 협상을 잘못하거나 성급하게 했을 경우, 결국 한·미 FTA가 국민들에게 기회 못 잖게 엄청난 피해도 안겨줄 '사이렌의 노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 미 FTA는 12조~56조원의 생산증대 효과와 8만~51만명의 고용증대 등의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 분석을 내놓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9천억~2조 4천억원의 생산감소와 4만~8만 명의 고용감소라는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전반적으로 희망적이라는 분석에 정부도 맞짱구 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관세를 없애거나 낮춰 미국과 자유무역을 해도 괜찮을 만큼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 협상을 충분하게, 제대로 준비를 해왔느냐는 사실이다. 멕시코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 엄청난 피해를 본 사례는 널리 잘 알려져 있는데도 우리는 멕시코와 사정이 다르다고 변명한다.
특히 우리는 문민 정부시절, 선진국 진입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충분한 준비도 없이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으로 외환위기(IMF)라는 국가부도위기를 낳았던 경험이 있다.
IMF 이후 외국의 투기성 자본이 국내 금융계를 장악, 엄청난 이익만 챙겨가는 '론스타'사태같은 불행스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등 그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 때문에 한·미 FTA의 성급한 추진을 우려하는 층에서는 '한·미 FTA는 매혹적이고 감미로운 유혹이지만 따라가면 결국 괴물에게 잡혀 죽음밖에 남는 것이 없는 노래'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사이렌의 노래'가 아닌, 국민을 살리는 한· 미 FTA가 되도록 우리 모두 두눈 크게 뜨고 두 귀를 활짝 열어놓자.
정인열 사회1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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