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소재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투자 현황과 계획'을 조사한 결과, 38.4%가 올하반기 투자계획이 있지만 이 가운데 대구를 비롯한 경상권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34.1%)과 경기도(23.6%) 등 수도권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57.7%에 달했다. 충청권도 15.1%로 나타났고, 해외투자도 8.5%로 나타났다. '향후 투자희망지역'을 묻는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41.3%가 수도권을, 12.1%는 충청권 투자를 희망했지만 대구를 비롯한 경상권에 대한 투자를 희망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대구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가 요란한 구호에 비해 아직까지 좋은 결과를 낼만큼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대구는 여전히 '외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데다 기업하기 힘든 도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빈곤의 악순환
대구시가 2004년 이후 성서4차단지, 옛 삼성상용차 재개발부지, 달성2차 산업단지 등에 유치한 역외 대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옛 삼성상용차 재개발부지에 입주 계획을 세웠던 현대LCD마저도 최근 대주주 변경, 경영난 등의 이유로 인해 입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나마 소득이라면 달성2차 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필립모리스코리아와 삼성상용차 재개발부지에 디보스, 희성전자, 참테크, KTV글로벌 등 중견기업들이 자리잡은 점이다.
이처럼 우수한 외지 기업 유치가 어렵다보니 서울 등 수도권으로의 인재 이탈이 가속화되고, 지역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역외 기업들은 자연히 대구를 외면하게 되고 기업 유치는 더욱 어려워지는 등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대구시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 정책의 문제점은 기업유치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저렴한 공장용지 제공 등 다른 지자체와 비슷비슷한 인센티브 정책으로는 외지 기업을 유치하기 힘들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이야기다. 공장용지 무상공급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대책이나 원스톱 행정서비스 등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지자체간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범일호라는 새로운 체제가 출범했으나 여전히 전임 조 시장의 정책을 그대로 잇겠다는 방침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기업 유치대책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행정서비스 부재
대구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타 지역에 비해 일선 관련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높지 않고 현장감각이 떨어지는데다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업관련 업무에 맞닥뜨리면 '기업에 어떻게 최대한 서비스해 줄 수 있을까'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규제 법규부터 먼저 찾는 공직자의 관행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의 기업 현장방문도 전시성 행사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업체만 방문, 치적을 올리기 위한 행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성서공단내 한 기업체 대표는 "공무원들은 어려운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애로사항을 들어야지 잘 되는 업체만 찾아다닌다."면서 "이같은 전시성 업체방문은 기업간 위화감만 조성된다."고 꼬집었다.
지역 기업들의 만성적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구시의 경영안정자금 지원도 부족하다. 대구시의 경영안정자금은 지역기업들의 만성적인 자금난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공장용지 부족 현상도 심각해 성서4차단지 등이 첨단기업, 외투 기업용으로 분양되기 때문에 기존 전통산업 관련 업체들은 공장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꾸로 외지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달성2차단지를 분양받은 업체들도 진입도로 미비와 인력확보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그동안 민선 대구시장 모두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 경제회생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면서 "이제는 구호밖에 없는 구태의연한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체질을 개선해 대구시 경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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