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과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27일 오후 한두시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이후 긴장감이 고조되는상황에서 '벼랑끝 전술'과 '강경대응'의 양 주역이 물러설 수 없는 정면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여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극적으로 회동, 실타래처럼 얽힌 현 국면을 풀어나갈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북한은 공항 도착 제1성으로 "금융제재를 풀어야 6자회담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라이스 장관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기내에서 "6자회담 재개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일치감치 응수(?)했다.
◆회동 가능성은 = 협상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다자외교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브루나이에서 열린 ARF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해 7월 ARF 회의에 참석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회의장 한쪽에서 비공식으로 만나 15분간 대좌했고 결국 이것이 계기가 돼 냉각돼있던 북미 관계가 풀렸다.
따라서 '백남순-라이스의 만남'이 성사될지, 그리고 현재의 긴장국면을 돌파할'깜짝쇼'를 연출할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차 계기는 '8,9자 회동' = 만일 북미 외교장관간 '깜짝 만남'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음으로 상정할 수 있는 외교공간은 이른바 '8.9자 회동'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은 일단 북한 측에 '장관급 6자회동'을 제의할 방침이지만 북한이 거부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다음 카드로 '8,9자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ARF를 개최한 말레이시아나 호주, 캐나다가 개입하는 다소 어수선한 형식이긴 하지만 북한이 여기에 응한다면 최소한 '판을 깨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택이 주목된다.
일단 백 외무상을 수행한 북한 외무성 정성일 국제기구 부국장은 8,9자 회동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8,9자 회동을 완전히 부인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 먼저 얘기해야 하는 것은 6자회담"이라는 뜻에서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이 거부한다면 = 하지만 북한이 '갈데까지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러면 미국은 이미 공언한 대로 북한을 압박하는 수순에 착수하게 된다.
이미 북한의 불법자금 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차관이 북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에 연루한 기업에 대해서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미국처럼 자국내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미국 외교소식통의 발언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 국면이다.
미국은 모처럼 마련된 ARF에서 마저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사실상 '이제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 뒤 상황과 관련, 정부 소식통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제재조치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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