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국어 교사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때가 많다.
1학년 국어 교과서에 '국물 이야기'라는 수필이 나온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국물에 담긴 인정을 그리워하며, 국물이 사라진 오늘날의 식탁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필자는 국과 찌개류의 음식보다 인스턴트, 서구적인 음식을 더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예로 들며, 이들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을 지적하고 있다.
작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나는 이 글을 가르치면서 한바탕 웃었다.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지?"라는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치찌개요, 된장찌개요, 밥이요…. "를 연발한다. 장난이나 거짓말이라고 보기엔 아이들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다.
"너희들 피자, 햄버거, 돈가스는 좋아하지 않니?"라는 내 유도신문에,
아이들은 "느끼해요. 싫어요. 맛없어요. 엄마가 끓인 김치찌개가 최고예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래서 이 글을 가르치는 내내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지만"이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가끔 도시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그네들보다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사실에 조금은 화가 나곤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 어떤 체험보다 값진 것을 이곳에서 몸소 체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흙과 풀, 밭과 들… 속에서 둥근 마음을 가지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저는 커서 우리 아버지와 같은 농부가 될래요."
"주말에 아빠와 함께 강둑 청소를 했어요."
"주말에 숙제 조금만 내 주세요. 엄마, 아빠 도와 드려야 돼요."
이것이 바로 자랑스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때묻은 입으로 말하는 선생이란 이름의 나보다 검게 그을리고 피곤함에 지쳐서 월요일을 맞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정한 스승인 것이다.
이선영(대구시 서구 중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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