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 중 특히 결혼한 경상도 남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쇼핑'이다. 모처럼 '독한 마음' 먹고 아내를 기쁘게 해주겠다며 쇼핑을 따라나섰다가도 돌아올 때는 십중팔구 부부싸움 일보직전까지 치닫는다. 특히 옷이나 신발을 사려는 아내를 따라나서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금기사항'이다. 한 시간이면 넉넉할 줄 알았던 쇼핑시간이 서너시간을 넘기면서 꾹꾹 눌러두었던 인내심이 결국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여름, 남자가 변하고 있다.
◆주말마다 남심(男心) 유혹
주 5일 근무가 이달 들어 확대 실시되면서 주말 백화점이 남성들로 북적이고 있다. 게다가 '꽃미남 열풍'에 견디다못한 남성들이 마지못해(?) 유행을 한번 따라가볼까하며 옷매장을 기웃거린다.
백화점마다 실시하는 '남성복 여름대전'이 열리는 곳. 주말이면 알뜰 남성 쇼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거울 앞에서 옷 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이옷 저옷 고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아예 혼자 온 사람도 적잖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남성매장 유시원 대리는 "최근 주중과 주말 매출 비중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며 "부인이 남편 옷을 고르는 일상적인 풍경이 요즘 들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동아 쇼핑점의 경우, 남성 패션의 주말 매출이 주중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일부 브랜드별로는 3배까지 매출이 치솟고 있다. 아무 옷이나 사주면 입는다는 식의 남성 소비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메트로섹슈얼, 위버섹슈얼(강한 남성) 등이 사회 트렌드로 정착하면서 남성들의 소비도 개성 만점이다. 내가 입을 옷은 내가 고른다는 '신세대 남편'들도 늘고 있다.
때문에 백화점들도 주말 행사의 경우, 남성을 겨냥한 기획행사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 주말이면 지역 백화점 중 최소한 한 곳 이상 '남성캐주얼 특별전', '신사복 대전', '남성패션 여름스페셜' 등의 특집전이 열리고 있다.
◆장바구니 챙기는 남자들
백화점 식품관이나 대형 마트에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찬찬히 살펴보면, 아내를 따라온 게 아니라 혼자서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식재료를 고르고 있다. 맞벌이 주말부부, 기러기 아빠, 이혼남 등 혼자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남성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권위주의적인 성향도 줄었다. 아내와 함께 장보러 나왔더라도 그저 카트만 밀고다니는 '푸시맨' 역할에서 끝나지 않는다. 식품첨가물, 단위무게당 가격, 끼워주는 상품까지 요조조모 챙긴다.
대형마트 식품매장 관계자는 "요즘 시식코너에서는 아내가 아니라 남편 표정을 잘 살펴야 한다."며 "직접 와서 먹어보고는 그저 '맛있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건 너무 질기고, 이건 너무 짭다'며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식코너 담당자들은 남성 고객을 좋아한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바로 구매로 이어진다. 여성보다 더 까다롭지만 한번에 구매하는 금액도 많고, 또 맛있다고 생각되면 다음에 와서도 그 제품을 찾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1+1'(한 개를 사면 덤으로 한 개 더 주는 행사)를 꼼꼼히 챙기거나 특별할인기간이 언제인지를 묻는 알뜰 쇼핑족도 적잖다.
때문에 유통업체들마다 남성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및 별도 시식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남성들을 위해 식품매장에는 미니포장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과, 수산, 농산물 등 신선식품을 낱개 또는 반쪽 포장해 판매하고, 소량 식재료를 마무리 손질까지 끝내서 집에서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조리 식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아마트 김창한 수성점장은 "최근 들어 아예 혼자 와서 장보는 남성들도 의외로 많아졌다."며 "시식코너를 누비고 다니며 콩나물, 두부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사는 모습을 보면 과연 경상도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름 남성패션도 다양
의류업체들도 '남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능성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량감과 함께 항균·탈취 기능까지 있는 대나무 소재 셔츠, 혈액순환에 좋다는 은 함유 셔츠 등이 인기다.
로가디스 그린라벨의 경우, 대나무 니트셔츠를 선보였다. 중국 쓰촨성에 자생하는 대나무를 원료로 비스코스 제조공법(물에 적신 신문지로 탈을 만드는 원리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다. 아울러 대나무 재킷, 대나무 바지를 세트로 구성한 상품을 20만~30만 원대에 내놓고 있다. 마에스트로 정장도 대나무 섬유로 만든 재킷을 내놓았다.
인체에 이로운 은나노 성분이 포함된 드레스셔츠도 선보이고 있다. 마에스트로 에이지 클린업셔츠는 은 성분이 함유된 면·폴리 혼방 드레스 셔츠로 은 원소기호(Ag)를 따서 '에이지 클린업'이란 이름을 붙인 것. 지오투에서 내놓은 '에어플라이 수트'는 겨드랑이 부분에 땀을 흡수하는 항균 방취의 땀받이 천을 덧대 쾌적함을 향상시켜주는 여름용 쿨 정장이다.
골프의류 잭니클라우스는 황기·당귀 등 한방재가 섞인 기능성 양말을 내놓았다. 혈액순환을 도우며 특히 건조한 피부에 좋다고. 또 양말에 상큼한 레몬과 오렌지 향을 넣어 발의 피로를 덜어주는 비타민 가공제품도 나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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