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1천리를 가다] 수협조합장 김삼만 씨

"불과 20년 전만 해도 '지나가는 강아지도 1만 원 짜리 지폐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부촌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어렵습니다. 주민 살림살이가 펴져야 지역도 활기를 띨텐데, 걱정입니다."

구룡포 경제의 핵심인 수협조합장을 12년 4개월째(4선 연임) 맡고 있는 김삼만(65)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룡포 지킴이로 전국 95개 지역·업종별 수협장 가운데 다선 순위 3번째 기록보유자다. 또 오징어배 1척과 고등어 등을 잡는 대형 선망 1통(6척)을 갖고 있는 선주이자 선장이기도 하다.

그는 신 한·일어업 협정 등으로 황금어장을 잃고 우리 수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후에도 본업과 고향을 지키고 있는데 대해 "타향에 가기도 싫었고 어리숙해서 다른 할 일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어업과 어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버리지 못해서'라는게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김 조합장은 1998년 어업협정으로 우리가 어장을 잃자 이듬해 혼자서 러시아로 갔다. 현지인들과 협상을 벌여, 지금은 의례적인 일이 됐지만, 러시아 오징어 어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당시 '정부가 못한 일을 수협조합장 한사람이 해냈다.'는 각계의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당시 정부나 정치권에는 유감이 많지만, 나로서는 당연하게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어민들은 오늘도 만선의 꿈을 안고 희망의 돛을 올립니다. 그 돛이 제 역할을 하려면 바람이 불어야하잖습니까. 저는 물론이고 많은 분들이 어민들에게 순풍을 안겨다 줬으면 좋겠습니다."

포항·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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