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인적없던 이 곳에/세상사람들 하나둘 모여 들더니...(중략)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가요 '바위섬'의 노랫말이다. 매번 그렇지만, 구룡포에 들어서면 저절로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섬 같은 육지, 구룡포=호미곶이 있는 대보면과 함께 육지의 동쪽 끝에 있는 구룡포는 섬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사는 육지보다 수십·수백만배나 더 넓게 보이는 푸른 동해가 마을 앞에 펼쳐져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찾아가는 길부터가 고립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곳에 가려면 포항 시내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포스코 앞을 지나 동해면 상정리 고갯마루를 넘어야 한다. 자동차의 엑셀레이터를 평지보다 약간 더 깊게 밟으면 넘을 수 있는 고개지만 고개 이쪽과 저쪽은 경치도 그렇고, 기온이나 날씨도 크게 다르다. 지난 26일에도 그랬다. 시내를 출발해 포항공항 입구를 지날 때만 해도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상정고개너머 구룡포 쪽은 거짓말처럼 훤했다. 이튿날 아침, 포항 시내는 거의 한달만에 파란 하늘을 드러냈는데도 구룡포는 불과 20m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짙은 해무에 휩싸였다.
토박이 김영식(57) 씨는 "원래 그래요. 겨울철 이쪽(구룡포)에는 폭설이 쏟아져도 상정만 너머가면 무슨일 있었냐는듯 멀쩡할 때가 많습니다. 이쪽과 저쪽은 다른 나라 같아요." 구룡포는 포항땅이지만 일반인들이 아는 포항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지명부터 신비감을 준다.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각 마을을 순시하다가 지금의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면서 바다에서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그 중 1마리가 떨어져 죽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친 일이 있는데, 이 9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 구룡포(九龍浦)다.
◇영원한 2인자, 1인자를 꿈꾼다=구룡포는 경북동해안 항포구 가운데 최대 규모라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 한번도 선두에 나서 본 적이 없다. 동해안 최대 어업전지 기지로 국내에서 오징어 위판량이 가장 많은데도 유명세에서는 울릉도 오징어에 밀리고, 국내산 대게의 70% 가량을 어획하는데도 이 역시 '영덕·울진 대게'에 명품자리를 내줬으며, 해돚이 마을이라지만 우선 순위에서 호미곶이 있는 대보면에 뒤쳐져 있다.
현지 주민들은 "워낙 어획량이 많고 유명했기에 '우리 것'이란 사실을 당연시하면서 브랜드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그런 이면에서 "우리(구룡포)쪽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과메기 열풍이 대표적 사례다. 12∼1월 두달간 구룡포 과메기 매출액은 350억∼400억 원 가량이었다. 그래서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 가는 곳마다 '짝퉁' 구룡포 과메기가 범람할 정도였다. 과메기는 구룡포산이 명품으로 자리잡았다.
해맞이 역시 올해부터 새해 첫날 해는 호미곶보다 구룡포가 먼저 뜬다는 사실도 알리고 일출경치 또한 구룡포가 더 낫다는 점을 홍보해 대보가는 길목에서 관광객을 차단해 보자는 논의도 주민들 사이에서 활기차게 나오고 있다.
읍사무소 강부용(53) 부읍장은 "수산, 관광 등 동해연안을 배경으로 한 모든 분야에서 조만간 구룡포가 명실상부한 1위로 올라 설 겁니다."고 자신했다.
◇동해의 네번째 유인도 관풍대(觀風臺)=구룡포 읍내에서 호미곶 쪽으로 가다보면 삼정해수욕장을 지나고 그 끝부분에 섬이 하나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삼정섬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관풍대다. 해양수산부 공식기록에 따르면 강원도에 31개의 무인도가 있고 경북에는 44개의 무인도와 3개의 유인도(울릉도, 죽도, 독도)가 있다. 하지만 구룡포에 동해의 네번째 유인도가 있다는 사실에는 관청이나 현지 주민들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구룡포읍 삼정리 산149의1번지, 지목은 '임야'이고 면적은 1만88㎡(약 3천 평). 바로 앞 삼정리 마을과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70m 남짓한 다리(관풍교)로 연결되고, 이 섬을 관리하는 마을주민들로부터 임대해 횟집을 하는 주민이 있어 관풍대는 분명한 동해상의 유인도다.
굳이 식당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지 않아 올 여름에는 배를 타지 않고도 가볼 수 있는 동해상의 유인도인 관풍대를 밟아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모든 곳이 대어(大魚) 포인트='낚시 후일담은 10%만 믿어라.'는 말이 있다. 놓친 고기는 모두 대물이고,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가도 잡어 한마리 낚지 못하고 빈망태로 돌아오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이 없는 곳이 구룡포라면 이 또한 낚싯꾼들의 허풍이라고 할까? 구룡포는 '바닷물 있는 모든 자리가 다 포인트'라고 해도 될만큼 괜찮은 낚시명소다.
'현지꾼'인 김영철(54) 씨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 없는, 기본 마릿수는 보장한다."고 말하는 알짜배기 포인트만 해도 10군데가 넘는다. 구룡포 남·북, 삼정1·2리, 석병1·2, 하정2리 등 모두 7곳의 방파제는 초보도 쉽게 낚을 수 있는 '눈 먼' 고기가 많다는 곳이며 구룡포 해수욕장 양 끝과 석병1·2리 갯바위, 경북대 수련원이 있는 속칭 장길리 넓적바위 등지는 갯바위 낚시 명당이다. 외지 조사들도 공인하는 구룡포 최고의 낚시명당은 관풍대안 갯바위다. 구룡포에 갈 때는 낚시대가 필수품이다.
직접 잡지는 못해도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으면 읍전역에 150개가 넘는 횟집이 있고 읍내 입구 수협위판장 맞은편에 구룡포 어시장이 있다. 새벽 6시쯤 위판장에 나가면 경매구경과 함께 갓 건져 올린 문어, 고둥, 새우, 가자미 같은 것들을 시중의 절반 이하 가격에 살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서는 3, 8일에 5일장도 선다.
구룡포에서 남쪽으로 10분 거리인 장기면에서 포항 땅은 끝나고 그 아래쪽은 신라 땅 경주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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