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물 할배 기억하세요?…1인 7역 풍물연주 김홍조 씨

꽹과리, 징, 북, 장구, 소고….

하나 만이라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게 국악기다. 그 중에서도 풍물악기라면 흥겨운 리듬을 제대로 타기가 꽤 어려울 게다. 그런 국악기 7개를 동시에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기인이 틀림없다.

경북 경산시 계양동의 김홍조(64) 씨. 올해 안에 최다 악기 동시 연주자로 기네스북에 오를 지도 모른다. 지난 3월21일 오후 3시부터 45분간 7개 악기 동시 연주를 무사히 마쳐 한국기록원이 세계최초 1인7역 사물놀이 연주자로 인증했기 때문. 영국 기네스북 협회는 세계 인구 대비 국악 연주자들의 비율을 따져 김 씨의 기네스북 등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풍물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7개 악기를 동시에 다루는 그의 능력을 보면 감탄사가 나올 법 하다.

7개 악기를 어떻게 동시에 다룰까? 15년동안 풍물악기를 연구한 그는 40kg에 달하는 그만의 무대박스를 만들었다. 반평 남짓한 공간. 앞쪽에 꽹과리와 장구, 북, 징이 놓여있고 뒤쪽에 북 2개, 징 1개를 설치했다.

먼저 양쪽 아래에 있는 징은 도르레를 통해 연결돼 있으며 오른발로 페달을 밟으면 동시에 울린다. 왼손으로 줄을 당기면 2개의 북이 울리고 당길 때 장구 왼쪽편을 두드려 장단을 맞춘다. 오른손은 리더 역할. 장구와 꽹과리 두 악기를 동시에 칠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이중 채로 신나게 두드린다.

얼핏 봐서는 복잡하게 움직이는 7개의 악기 소리가 그의 손발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과학적이고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다.

주로 자진모리 장단으로 신나는 분위기에 맞는 풍물음악을 선사하는 그는 월드컵, U대회 등 대형 행사 때마다 빛을 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땐 네가지 악기로만 연주했는데도 주변 호응이 너무 뜨거웠다. 각 신문, 방송에서 그를 취재해 깜짝 스타로 등장했을 정도. 2004년 대구 U대회가 열렸을 때도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대학생들과 어울려 신나게 한바탕 놀았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 그는 누구보다도 더 애국자다. 지난해 2월 주소지를 아예 독도로 옮겼다. 이도 부족해 북에다 일장기를 그려넣었다. 일장기를 두드리며 일본의 독도 망언을 규탄한 것. 그는 "일본 식민지 지배의 한맺힌 아픔을 털면서 보다 신명나게 놀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털어놨다.

다섯살 때부터 풍물놀이에 관심을 가진 그는 동네 남사당패가 자신의 집을 창고삼아 보관했던 꽹과리, 장구, 북 등을 두드리며 남다른 재주를 키워갔다. 군대가기 전까지 동네에선 알아주는 악공이었다. 월남파병, 해외 파견 근로자 생활 등으로 수십년간 잊고 지내다 15년 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 지금은 민속놀이교습소 전문강사가 됐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주변에서 소음이라며 쫓아내려 한 것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올 봄에는 곽병원 노인걷기대회에 초청받아 공연을 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소음신고를 해 쫓겨난 기억도 눈에 선하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산기슭으로, 강둑으로 찾아가 연습한 것도 불과 1~2년 전. 하지만 이제는 아내의 도움으로 영천시 금호읍 신대리 과수원 한 곳에 마음놓고 전통악기를 두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했다.

올해 7개 악기 동시 연주대를 만들 땐 고통도 컸다. 알루미늄을 사서 직접 자르고 용접하다보니 칼이나 쇠톱에 다치는 건 예사. 몸에 보이지 않는 알루미늄 가루 때문에 말못할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는 "노후가 이토록 즐거운데 잠시 고통이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며 "전 국민이 신명나게 한 판 놀 때까지 연구하고 연주실력을 갈고 닦겠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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