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 앞에 진솔하게 나서야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변명은 솔직하지 않다. 논문 剽竊(표절)이나 이중 게재 의혹에 대한 그의 변명은 학자가 지켜야 할 規範(규범)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국민들의 눈과 귀에 빤한 거짓말로 들린다. 제자가 자기 논문을 베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자기 논문을 베껴 박사학위를 받게 할 교수가 어디 있느냐는 제자 가족의 抗辯(항변)도 나왔다. 만일 그가 만학도였던 제자의 건강을 염려해 그렇게 했다면 그는 한국 박사 학위의 명예를 떨어뜨렸다. 논문 지도교수로서의 기본도 망각했다.

학술지 이중 게재나 연구비를 중복 지원받은 이중 보고 건에 대한 변명에도 학자적 良心(양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무자의 실수라고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정신 나간 실무자만 있었는가. 논문은 학자적 삶의 결정체다.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실수를 반복했다면 그 실무자는 정상이 아니란 말이므로 동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교육부 장관은 누구보다 정직해야 한다. 사적으로도 그렇지만 교육 수장의 삶은 바르고 굳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百年大計(백년대계)가 바로 선다. 김 부총리의 변명이 사실이라 해도 실수 투성이의 사람에게 나라의 교육 정책을 안심하고 맡길 수 없다.

자기만 살겠다고 제자와 동료의 인격과 능력을 짓밟는 몰염치마저 느껴진다.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의욕까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솔직하게 다가섬이 교육 수장이 보여 줄 당당한 모습이다.

김 부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 중에는 정치적 惡意(악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가 이 정권 초기부터 정책을 세우고 집행한 핵심 인사라는 이유로, 정치적 악의를 탓하기에는 국민의 실망이 너무 크다.

변명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에게 이 나라 교육의 백년대계를 맡길 수는 없다. 자리와 일에 대한 의욕은 지금 상황에서는 개인적 욕심일 뿐이다. 김 부총리는 국민 앞에 眞率(진솔)하게 나서야 한다.

김 부총리가 적어도 이 정부 핵심 인사라면 개인의 욕심 때문에 정권이 부도덕하다는 매질을 당하게는 하지 않아야 한다. 깨끗하게 죽고자 해야 그도 살고 政權(정권)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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