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시민들은 30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유엔 건물 주변에서 이스라엘 군의 민간인 공습 학살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헤즈볼라의 자국 병사 납치를 문제 삼아 레바논 침공을 단행한 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시민들은 이날 레바논 남부 마을 카나에서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해 민간인 50여 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뒤 삼삼오오 유엔 사무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유엔이 막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들은유엔 사무소 건물 안으로 난입해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으나 레바논 군의 개입으로 더 큰 불상사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이어 유엔 사무소 앞 광장에서 레바논 국기와 레바논의 양대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와 아말당 깃발을 흔들면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을 국가테러라고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분쟁 해결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엔을 싸잡아 규탄한 시위 참가자들은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다짐했다.
일부 젊은 시위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인들의 심장을 파내자"는 섬뜩한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는 최소 수 천 명에서 최다 수 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헤즈볼라 소속 의원인 하산 파달라는 알-자지라 방송 회견에서 카나 사건을 대량 학살극으로 규정하고 이 사건은 이스라엘 침공에 대한 레바논인들의 저항결의와 헤즈볼라의 투쟁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군은 이날 새벽 헤즈볼라의 로켓공격 근거지를 파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카나의 민가에 무차별 공습을 가해 집 안에서 대피 중이던 어린이 25명을포함해 51명의 주민을 숨지게 했다.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 침공을 시작한 후 한꺼번에 가장 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킨이번 공습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고조되자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애초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카나에서는 지난 96년 4월에도 레바논을 침공했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대원들을 제거하기 위한 공습을 가해 민간인 105명이 사망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휴전이 성립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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