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出世(출세) 지향주의는 뿌리 깊다. 그 중에서도 司法(사법)시험 합격은 누구나 선망한다. '출세하려면 일류 대학교 법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의 수모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만큼 權力(권력)지향적이다.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도 여성의 배우자 선호도는 1, 2위가 판사'검사였고, 의사'변호사'회계사 등이 그 뒤였다.
○…한 결혼 정보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세태는 많이 달라졌다. 많은 여성들이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경우라도 '나중에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젠 과거와 달리 사법시험 합격 1천 명 시대여서 사정이 다소 바뀔 수밖에 없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사법시험 합격만으로 최고의 직업을 가진 남성으로 대우받던 시대는 간 모양이다.
○…젊고 유능한 엘리트 판사'검사들의 '대학 行(행)'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미 교수로 자리를 옮긴 法曹人(법조인)들도 적지 않지만, 이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들의 법조인 충원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상대적으로 당혹해 하는 법조계로서는 이전의 세대들이 겪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판'검사들이 자의든 타의든 현직을 떠나 안착하는 자리가 대부분 변호사였다. 변호사는 법조계 현직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조직 생활의 업무 부담이나 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게다. 하지만 대학교수는 현직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겠지만 보수가 더 많지 않고, 명예나 성취감 측면에서도 결코 優位(우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들은 실무 경험이 많은 판'검사 영입이 필수다. 교수진에 5년 이상 실무 경험자를 20% 이상 확보하도록 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엘리트 법조인들은 검사장'법원장을 바라볼 수 있고, 대법관까지 꿈꿀 수 있으며, 변호사가 돼 富(부)를 움켜쥘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럴까. 가치관이 달라졌는지 모를 일이나, 법조인으로서의 긍지나 位相(위상)에 대한 회의도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