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1일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건강문제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일시 이양한 것과 관련,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하면서 쿠바의 민주적 정권이양에 대한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울이 쿠바 국민에게 해온 행동은 그의 형이 해온 것과 거의 흡사했다"면서 "라울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접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일관되게 쿠바 국민들이 궁극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해 왔다"면서 "미국은 쿠바의 민주적 전환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쿠바에 민주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카스트로 공산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노 대변인은 그러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건강상태가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80세 생일을 2주정도 앞두고 있는 카스트로가 사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터 왓킨스 백악관 부대변인도 "쿠바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면서 "카스트로의 건강상태를 추측할 수는 없지만 쿠바의 자유의 날을 위해 계속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쿠바인들이 지난 47년간의 장기 통치에 염증을 내고 있고 민주주의를 갈구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쿠바 국민들이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애미를 방문중인 부시 대통령은 전날 카스트로의 권력이양 소식이 전해지기 전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 'WAKI-AM 라디오 맘비'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카스트로가 건강상 문제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면 쿠바인들이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체제보다 훨씬 좋은 체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플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카스트로가 언제 하야할 것인지는 누구도 모르며 오로지 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 카스트로 입장을 견지해온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소속 공화당 일리나 로스-래티넨(플로리다) 의원은 "카스트로가 비록 일시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라 해도 철권통치하에 고통받아온 수백만 쿠바인들과 망명 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 출신으로 카스트로 정권 수립직후 부모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그는 "카스트로는 쿠바에 파멸과 불행만 안겨다주었을 뿐"이라며 "이번 일은 경멸스런 카스트로 정권의 종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그러나 카스트로의 일시 권력이양에 대한 논평을 자제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카스트로와 함께 시작된 쿠바 공산주의 체제가 종막을 고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피력해왔다.
한편 카스트로 압정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나온 쿠바 망명인사들을 이날 마이애미의 리틀 아바나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춤을 추고 환호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카스트로 의장실의 카를로스 발렌시아가 비서실장이 국영 TV를 통해 "최근 아르헨티나와 쿠바 동부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로 장 출혈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았다"면서 "몇 주간 휴식이 필요하며 국가평의회 의장직 등을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일시적으로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