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어요." 열대야가 바꿔 놓은 아침 인삿말이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최근 찜통더위가 밤에도 식지 않으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일 이어지자 "잠 좀 제대로 자고 싶다."며 열대야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시민들의 묘안이 속출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계곡을 찾아 집을 탈출하거나 오히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땀을 쏟으며 더위를 이기려는 시민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1일 오후 9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출퇴근 시간 못지 않게 차량들이 넘쳐났다. 공원을 순찰하던 한 경찰관은 "며칠전부터 열대야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공원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며 "일대 교통혼잡이 너무 심해 신고를 받아도 제때 출동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집 나온 시민들은 "경기도 어려운데 무더위 때문에 늘어나는 선풍기, 에어콘 전기세 부담이 만만찮다."며 "돈 들이지 않고 열대야를 쫓는데는 자연풍이 최고"라는 반응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최영순(53) 씨는 "낮 근무시간에 에어컨 바람을 많이 맞아 목이 잠겼었는데 시원한 자연풍에 모두 나았다."며 "다 좋은데 모기가 골치"라고 귀띔했다.
2일 오전 1시 대구 팔공산 동화사 일대 야영장에도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 100여 대가 넘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가산산성 야영장에도 시민들이 몰렸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니 도심보다 훨씬 시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후텁지근했다.
그러나 "도심보다 공기가 맑고 야영장을 안방삼아 더위를 식히니 열대야를 잊을만 하다."는 최종동(59) 씨 가족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공원주변 나무를 이용, 모기장까지 만들었다. 아들 명우(33) 씨는 "모처럼 가족들을 한데 모아 준 열대야가 오히려 반갑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열치열'로 무더위를 잊는 사람들도 많았다. 열대야가 무색할 만큼, 땀을 빼 여름밤 더위를 이겨내는 이들. 시민 장윤영(36) 씨는 "뜨거운 물에 30분쯤 몸을 담근뒤 바로 몸을 닦아내면 잠깐은 땀이 나지만 그 이후로는 시원해진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권했다.
손영태(38) 씨 역시 "1일부터 사우나 한 달 이용권을 샀다."며 "사우나에서 흠뻑 땀을 빼면 밤 더위를 느낄 새도 없다."고 말했다. 이은지(24) 씨는 "3일전부터 덤벨(아령) 한 쌍을 준비했다."면서 "집 주변 운동장에서 1시간쯤 달리고 찬물 샤워를 했더니 열대야는 딴나라 얘기더라."고 웃었다.
대구기상대는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최소 1주일은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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