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가 2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 직후 "사퇴는 무슨 사퇴?"라며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던 점을 감안하면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13일간 교육부총리로서 버티기는 끝났다.
김 부총리는 1일 저녁 한명숙 국무총리의 만찬 초대에 응하지 않았으나 전화 통화로 사퇴를 권고받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2일 오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언급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김 의장이 "진정한 명예를 위해 스스로 사퇴하라."고 정식으로 촉구한 것. 이는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열린우리당 몇몇 의원의 생각이 아니라 당론으로 굳어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 총리, 김 의장 등 여권 수뇌부는 김 부총리의 사퇴를 두고 긴박하게 움직여 결론을 내렸으며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1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는 김 부총리에게 마지막 명예회복의 장이었던 셈이다. 그의 논문을 둘러싸고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 중 상당 부분은 학계의 관행으로 인정돼 교육부 수장으로서 업무 수행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지만 학자적 명예까지 송두리째 잃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대표적인 참모로 참여정부 초기부터 청와대에서 일해 온 김 부총리가 낙마함으로써 청와대의 부담은 여전히 남았다.
1일까지도 청와대는 "김 부총리를 둘러싼 의혹이 사퇴 사유가 되지 않는다."거나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의혹을 해소시킨 청문회였다."고 엄호했다. 각종 의혹 제기로 국민 불신이 높아 갔지만 청와대의 이같은 방관으로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제 청와대는 후임 교육부총리를 서둘러 임명해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교육부를 제자리에 앉히는 일이 남았다. 이날 김 부총리의 사의 표명 직후 한나라당 등 야당은 "김 부총리의 결단은 다행이며 교육부의 혼란이 수습돼야 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 논문 논란으로 학계의 부담도 생겼다. 학계에서는 그간 논문 하나를 작성하면 여기저기에 발표하고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성과'로 인정받았으나 그것이 문제가 있다고 사실상 결론난 만큼 관행을 대수술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어쨌든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교육부총리에 임명됐다가 조기 낙마하는 사례가 윤덕홍 전 부총리에 이어 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경북 출신 한나라당 한 의원은 "김 부총리는 참여정부 인사 가운데 그래도 유연한 편이었데 논문 논란으로 물러나 아쉽다."는 반응도 보였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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