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파문에 휩싸였던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의 중도하차를 계기로 참여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어느 직위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육부총리 인선과정에서 논문의혹 문제가 걸러졌을 것이고, 이같은 '대형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은 특히 청와대가 새로운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부적격자를 필터링하기 위한 겹겹의 장치를 갖춘 상황에서 빚어져 청와대가 체감하는 부담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초 이기준(李基俊) 교육부총리를 시작으로,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최영도(崔永道)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투기 문제 등으로 줄줄이 낙마한 것을 전후해 검증시스템 보완에 박차를 가해 선진화된 검증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 내부에 각계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자문회의'를 설치했고, 인사검증시스템을 법제화해 검증 대상에 고위공직 후보자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포함시켰다.
또한 국회 인사청문회 범위를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함으로써 올해부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초 검찰 고위 인사에서 2명의 검사장 후보가 재산형성 과정과 준법성의 문제점이 발견돼 탈락하는 등 소기의 성과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말해주듯 청와대의 새 검증시스템도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후보자의 친인척 등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생활 문제나 논문 해석 등 검증과정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학술문제 같은 경우 후보자 주변인사의 제보가 없으면 접근이 어렵다는 데 맹점이 있다.
김 부총리의 논문 논란 역시 그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치면서 단 한번도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학계 내부의 제보에 의해 불거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지체' 현상도 인사검증의 환경적 허점으로 거론된다. 사회지도층이 여전히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도 국민들은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무한한 도덕적 무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지적재산 문제의 경우 학자나 언론이나 과연 우리사회 어느 곳이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겠냐?"며 "김 부총리에게 요구되는 기준이라면 이제는 50 ~60대는 물론이고 40대 소장학자 가운데서도 장관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2차 검증기관이자 공직으로 가는 마지막 통로인 국회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국회에 국무위원 검증을 맡긴 것은 문제의 '관행'에 대한 최종 판단을 맡긴 측면이 강한 데도, 국회가 정치공방에만 매몰돼 후보자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괄적인 인사검증이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수많은 공직후보를 검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수 출신 후보자 개인의 방대한 논문까지 일일이 대조하고 스크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책임이 어디에 더 있느냐를 떠나 이번 사안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국민들이 새로운 도덕기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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