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안한다 욕할라"…지방의회 '회기 눈치보기' 극심

지난달 개원한 5대 지방의회들이 회기를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를 놓고 목하 고민 중이다.

5대 지방의회부터 각 지방의회가 회기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으나 상당수 지방의회들이 다른 지역의 눈치를 살피느라 회기 일수와 관련한 조례 제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각 지방의회에 따르면 4대 지방의회까지 '광역의회 120일 이내, 기초의회 80일 이내'로 동일했던 지방의회 회기 일수를 올해 7월 1일부터는 지방의회가 조례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역별 여건에 맞게 의정활동을 펼치고 지방의회 기능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5대 의회 개원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전국의 광역·기초 의회 중 회기 일수에 대한 조례를 제정한 곳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타 의회보다 회기 일수가 적을 경우 "월급도 받는 의원들이 왜 다른 지역보다 일을 적게 하느냐?"며 자칫 주민들의 질타를 받을 수 있어 조례 제정을 서두르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속사정이다.

대구시의 경우 8개 구·군 의회 중 달서·북구 등 2개 의회만 회기를 '연간 100일 이내'로 정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며, 나머지 의회들은 "다른 구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구시 한 구의회 의장은 "의원 유급제 시행으로 주민들의 기대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솔직히 회기 일수와 관련한 조례 제정에 부담이 된다."면서 "타 의회들이 회기를 며칠로 잡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의회 관계자는 "회기 일수가 많아야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닌데도 일수를 적게 정하면 일을 하지 않고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난감하다."면서 "그렇다고 먼저 나섰다가 괜한 욕을 먹을 수 있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의 경우도 마산·통영·거제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 의회가 회기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채 인근 시·군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충남지역의 경우 16개 시·군의회 가운데 보령, 논산시, 부여, 청양군 등 기초의회 4곳만 회기 일수를 정했으며 인천광역시도 10개 구·군 의회 가운데 부평·연수구 의회만 회기 일수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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