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곁들인 정겨운 이야기는 살아가는데 중요한 의미와 즐거움을 지닙니다. 지인과의 교제나 친구간의 사귐도 식사자리를 통해 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함께 음식을 먹는 일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동의 장이자 서로가 생명 공동체임을 축하하는 자리가 됩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서수지 의료원장(63'영상의학과).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의미를 되새기거나 그 속에 든 건강물질을 누군가가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늘 생각한답니다. 아담한 한정식 집에서 그를 만나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섭생을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방법을 들어봅니다.
"동양의 순환론적인 사고법에 따르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며 그 과정엔 꼭 '의미'가 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생활 속 작은 일이라도 항상 좋은 의미를 두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다소 철학적인 관념으로 서두를 꺼낸 서 원장은 짧은 미소를 짓더니 부연 설명을 붙였다.
"생명의 특징 중 하나가 자율조절기능인데 우리 몸도 평소엔 격렬한 전쟁 중입니다. 적(敵'세균이나 바이러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처능력(면역)을 곧추세울 때 건강도 더불어 보증 받게 되죠."
여기서 적은 내부의 적이다. "사회도 해로운 내부의 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적절히 없애갈 수 있으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단, 구성원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적이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되겠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적인 사고에 대한 노의학자의 진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주 찾는 한정식당 '진주집'은 음식에 정성이 깃들고 고객의 건강을 챙기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은 곳이랄 수 있다.
"후덕한 주인이 손님을 성실히 맞고 분위기를 잘 살려줘 음식 먹는 즐거움을 한층 돋궈주기 때문에 단골이 됐어요. 병원과 가까운 것도 한몫 했지만…."
서 원장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생활습관도 건강에 참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을 평온하게 섭생은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몸소 실천하는 습관이 '오정(五正'다섯 가지 바른 생활지침)'이다.
올바르게 먹고(正食) 고르게 숨쉬고(正息) 바로 잠자며(正眠) 바르게 운동하고(正動) 곧은 마음(正心)을 가지는 것이다.
"짬이 날 때면 부지런히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 탄탄한 체구에 건강미가 넘친다. 의학자로서 세상을 보는 눈도 생명 존중으로 빛났다.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보면 약 100조가 넘는 세포가 서로 협력해 한 생명을 유지합니다. 가만히 보면 사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명이 140일 정도 되는 적혈구도 체내에서 할 일을 마친 뒤엔 비장에서 재활용을 끝으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볼 때 어떻게 생명 경이와 존중심이 생기기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게 그의 웅변이다.
서 원장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 첫 도입된 CT를 비롯해 MRI, PET, PET-CT로 이어지는 영상의학 발전사의 산증인이다. 그럼에도 그는 질병을 치료하기에 앞서 환자의 삶의 질 개선까지도 염두에 둬야 명의(名醫)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료인이다.
메밀묵을 즐기며, 힘든 수련의 시절 새벽 4시 통행금지가 끝나자마자 동료들과 나가 주린 배를 채우던 대구역 앞 냄비우동과 시래기국밥, 따로국밥이 그립다는 서 원장은 요즘 후배들에게 남을 위한 삶과 자기개발을 특히 역설한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평생의 좌우명도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다.
"무릇 삶은 아는 만큼 더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질병도 환자와 의사간 신뢰가 있어야 잘 낫는데 우리 사회가 자꾸 상호신뢰를 잃어가는 일은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진주집
대구 중구 동산동 신명여고에서 동산파출소 가는 길에 있는 진주집은 40여 년째 한 자리를 지킨 몇 안 되는 대구의 한정식집이다.
주인은 바뀌었어도 특유의 음식과 분위기는 변치 않아 지금도 단골들이 자주 찾고 있다. 주 고객은 50대 이상이다. 이 집은 계절에 맞은 음식을 차려내는데 지금 같은 여름철이면 찐 감자, 옥수수, 우묵가사리 콩물 등으로 식단을 꾸미며 특히 삶은 돼지고기와 수수부꾸미, 완자전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 제철 채소로 지진 고추전, 가지전, 호박전 등도 입맛을 돋운다. 반찬으로 내는 음식도 주로 나물류가 많아 웰빙 식으로 손색이 없고 식사 전 내는 흑임자죽은 별미에 속한다. 문의:053)255-6755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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