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당·한나라당 지도부 투톱 '이상 기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투톱 체제'가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

5·31 지방선거 참패 뒤 비상대책위 체제로 꾸려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최근 당의 정무 및 정책기능 역할 분담을 두고 의장과 원내대표 측 사이에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리형 대표 체제로 구성된 한나라당 지도부도 집단지도체제 성격이 짙어지면서 대표와 원내대표 간 '투톱 시스템'이 삐걱대고 있다.

정가는 앞으로 당·청 갈등, 대선후보 경쟁 등이 표면화할 경우 이 같은 양당 지도부의 이상 기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여당 투톱 체제의 갈등 조짐은 경제계에 대한 김근태 의장의 '뉴딜(New Deal)' 제안을 계기로 촉발됐다. 김 의장의 대한상공회의소 방문에 대해 원내 일각에서 '당과 원내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일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김 의장의 상공회의소 방문을 두고 "원내에서 할 일을 당이 한 게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역할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며 "(배구에서) 토스를 올릴 세터와 스파이크할 공격수가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조 부대표는 "당은 당의 개혁에 주력하고 원내는 법과 제도로 정책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도록 돼 있다. 당은 당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비록 김 의장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정책은 입법으로 완성되고, 선거를 통해 구성된 국회가 민생 정책을 통해 책임을 다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원내의 역할을 강조했다.

당의 정책추진 방식이나 현안에 대한 양 측의 입장차도 불거지고 있다.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 부대표는 최근 "당과 원내가 역할분담을 정확히 해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뒤 "이달 말까지 활동할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도 사전조율을 충분히 거치는 게 입법활동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당 주도의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또 최근 포스코 점거사태와 관련해 당 정책위는 '파업과 관련한 형사처벌을 자제하고, 손배소나 가압류 등을 최소화하도록 사용자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계안 당의장 비서실장은 '파업이 끝나면 형사처벌과 손배·가압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엄정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이처럼 원내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김 의장의 행보에 이의를 제기하자, 김 의장은 비상대책위 회의에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를 참석시키고 당 서민경제회복추진위가 정책위 의견을 최대한 수렴토록 하는 등 갈등 추스르기에 나선 상황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사이의 갈등기류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표절 의혹 등을 검증한 국회 교육위원회와 관련해 불거졌다.

강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김 부총리가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위를 연 것은 사실상 (김 부총리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안이 있다면 여야가 합의해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며 "이는 상임위 자율성에 관한 문제이고, 이런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국회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해 강 대표의 전날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국회 교육위가 준비기간과 정보력 부족으로 국민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약간 후퇴하기는 했다.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강 대표가 '참정치실천운동본부'를 발족해 당내 자성·자강운동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했으나, 김 원내대표가 "형식보다 구체적인 내용부터 갖추고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제동을 걸어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투톱 체제'의 이상기류는 지도부 구성 직후부터 물밑에 가라앉아 있다가 이번에 표면화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같은 '투톱 체제'의 불협화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도체제가 관리형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강 대표의 당 장악력이 약해진 '집단지도체제' 성격이 더욱 짙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표 때도 형식은 집단지도체제였으나 실제로는 박 대표의 확실한 당 장악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단일지도체제의 성격에 더 가깝게 당이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표와 원내대표 관계를 예전의 서열에 의한 관계라기보다는 기능과 역할 분장이 이뤄진 관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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