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에 갇혀 죽도록 일만 했던 한 남자.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박재만(49·가명·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에게 닥친 것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던 2년 4개월 전이었다. 좀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서울역 주위를 떠돌던 박 씨에게 "월 60만 원의 좋은 일자리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누군가 접근했다.
무작정 따라나선 곳은 망망대해로 둘러싸인 전남 신안군 한 섬의 김 양식장. 1평짜리 콘테이너에서 새우잠을 자며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중노동에 시달렸지만 임금이라곤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 2년 4개월간 한 달 60만 원씩 모두 1천440만 원을 착취당한 것.
'해방'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김 양식장 업주가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데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못한다."며 섬 밖으로 쫓아냈던 것.
하지만 지난달 중순 대구 집으로 돌아온 그는 섬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 씨와 가족들은 피해 사실을 경찰에 털어놨고, 지난 2일 문제의 김양식장을 급습한 대구 달서경찰서는 업주 김모(46) 씨를 붙잡아 폭력 및 감금 등 혐의로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양모(38·경기 양주), 이모(39·강원 황성) 씨도 같은 수법으로 섬에 데려와 각각 5년 11개월과 1년여를 임금도 주지 않고 일만 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두 사람도 경찰의 도움으로 악몽과도 같던 외딴섬에서 풀려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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