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적에 아버지는 들판에서 일을 마치고 바소쿠리 가득 여뀌를 베어 오셔서 마당에 늘어 놓으셨다. 어머니가 애호박을 썰어 넣고 끓여 주시는 손국수로 저녁을 먹고 마당에 펴놓은 멍석에 모이면 아버지는 반쯤 마른 여뀌로 모깃불을 놓으셨다. 할머니 무릎을 베개삼아 올려다 본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우수수 내 눈으로 쏟아졌다. 할머니는 저 별은 '할머니별' 저별은 '할아버지별' 하시며 식구마다 큼직한 별을 하나씩 주시다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는 큰곰자리에서 시작하여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얽힌 전설을 구수한 입담으로 엮어 나가셨다.
방학하고 친정에 갔다. 추억만 남아 옛날처럼 매콤하게 모깃불을 피워주시던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견우와 직녀 이야기로 꿈을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나 깜깜한 밤하늘을 쳐다보니 은하수만 그 때 그 자리를 변함 없이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하면서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어리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마음을 들키기 싫어 "날파리가 왜 자꾸 눈에 들어가지"하며 눈물을 훔쳤다.
류민하(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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