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금서의 문화사/ 주명철 지음/ 도서출판 길 펴냄
격동의 시기에 민중들은 여론에 따라 움직이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계몽주의 시대 최고의 사건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도 여론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지은이는 이 점을 간파하고 프랑스 혁명기 두드러지게 나타난 여론의 힘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추적했다. 구체제(앙시앵 레짐) 시대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매체를 연구한 뒤 인쇄매체, 그 중에서도 특히 금서의 역할이 컸음을 밝혀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원사료를 통해 직접 확인해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바스티유의 금서)을 새로 고쳐 실은 2,3부와 4부(앙시앙 레짐 문화와 금서)를 통해 당시 왕권과 교회, 귀족 계층에 대한 풍문과 중상비방문 등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불안하게 여긴 구체제는 '금서' 조치를 통해 이를 생산·유통·보급시키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동안 주로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던 프랑스 혁명을 '신문화사'의 관점으로 새롭게 접근했다. 주로 원서 번역을 통해 접근하던 서양사를 우리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준다. 632쪽. 3만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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