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김종철 지음/리수 펴냄
"예루살렘의 영화는 다윗과 솔로몬만이 누려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로 쌓아올린 탑 꼭대기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모슬렘의 기도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나오고 금요일 정오만 되면 평소엔 어디에 숨어지내는지도 모를 아랍인들이 머리에 하얀 하타(머리에 두르는 두건)를 뒤집어 쓴 채 골목골목에서 나와 황금사원을 향해 구름처럼 몰려간다.
그런가 하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검은 털모자와 검은 코트를 껴입은 유대인들이 또 어디선가 나타나 구석구석 골목을 통해 통곡의 벽으로 몰려들어 기도를 한다.
한 무더기의 모슬렘이 물결처럼 지나간 골목은 다음날이면 또 검은 옷을 입은 유대인들이 물결처럼 지나가는 장면은 마치 흰색의 물결과 검은 색의 물결, 흑백의 대결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긴장과 기도로 뒤범벅이 된 도시 예루살렘. 이스라엘 중심부의 정치적 수도인 이곳은 이미 2천년 동안 20여 차례나 주인이 바뀌었고, 10여 차례나 완전히 파괴되어버리는 비운을 맞은 도시다.
평화의 기운은 아직 이곳에는 미치지 못해 늘 언제 어디서 어긋날지 모를 정도의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팍'하고 터지기도 한다. 지금도 그곳에선 포성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가는 곳마다 성경책이나 역사책에서 반드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유적지가 있고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가 지금도 그대로 살아 팔딱거리는 나라 이스라엘. 그러나 팔레스타인 분쟁, 폭탄 테러, 자살 테러 등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은 이스라엘을 중동 분쟁의 한 축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가장 평화스러워야 하는 성서의 땅이 첨예한 갈등의 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일까. 이스라엘로 향하는 방문자의 첫 발걸음은 검문 검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스라엘의 관문인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눈동자의 작은 움직임까지 찾아내려는 보안요원의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마주해야한다. 검문 검색은 오히려 한 단계 더 넘어 이스라엘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있는 공항에서부터 이뤄져 유별나기까지 하다.
성지 곳곳의 의미와 모습을 담고 있는 5천년 전 역사의 장면과 마주하려면 실탄이 장전된 총을 맨 군인들과 조우부터 해야한다. 예수가 태어난 마굿간에 지어진 예수 탄생 기념교회, 목자들이 잠잘 때 천사들이 나타나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알려준 목자의 들판, 그리고 구약성경이 발견된 라헬의 무덤 등이 있는 베들레헴으로 들어가려면 마치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는 죄수처럼 거대한 철문과 위에서 총을 들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거대한 방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거대한 콘크리트 담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특이한 것은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빨간색 지붕. 그러나 이것은 이방인들을 위한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유대인의 가정집에 칠해진 빨간색 지붕은 헬기를 탄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항구와 어우러지는 색의 조화를 선사하기 위한 호주 시드니의 빨간색 지붕과는 의미가 다르다. 여기에도 분쟁지역의 섬뜩한 한 단면이 숨어있다. 이스라엘 공군기가 지상을 향해 공격할 때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위해 마련한 하나의 조치인 것이다.
책은 건국 60년도 채 되지 않은 나라 이스라엘이 어떻게 중동분쟁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왜 세상은 그들에게 공공연한 규제를 가하지 못하는지, 가장 평화스러워야 하는 성서의 땅이 첨예한 대립의 땅이 되어버린 역사의 아이러니 등 넌센스처럼 보이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이스라엘분쟁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 땅의 가치를 전하며 그 역사를 통해 분쟁의 씨앗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한다. 여기서는 AD 70년 로마 제국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나라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선언과 함께 시작된 중동 지역을 둘러싼 팽팽한 이데올로기를 만나게 된다. 또한 그들의 종교를 통해 2천년 동안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민족이 다시 하나의 국가를 만들고, 주변국과의 충돌뿐 아니라 인류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굳건히 건재할 수 있는 유대인만의 뿌리깊은 저력을 파헤친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제록스 등 세계의 굵직한 기업들과 CNN,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 언론사의 소유주인 유대인들이 세계적 큰손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를 흥미롭게 읽어낸다면 2천년간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하루아침에 난민으로 전락, 8m의 장벽에 갇혀버린 팔레스타인들의 항변을 들을 땐 피정복자의 서러움에 젖어들게 한다.
20번도 넘게 이스라엘을 찾으며 이스라엘 곳곳을 직접 밟아보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들을 고루 접해본 생생한 필담이 지구 반대편 분쟁 지역인 이스라엘을 전 세계 크리스천들의 마음의 고향인 과거의 장소가 아닌 지금도 진행되는 역사의 현장임을 되새기게 해준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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