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 거취논란과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법무장관 '비토론'으로 인해 당청갈등이 정점에 달한 상태에서 이뤄진 회동의 성격 탓인 듯 청와대는 관행적으로 공개해 오던 회의 도입부를 비공개에 붙였다.
오찬장인 본관 인왕실에서 노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는 장면은 대통령전속 사진사에게만 1분가량 허용됐을 뿐 방송사 영상취재팀의 접근은 불허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비공개 일정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미리 언론을 통해 오찬일정이 공개됐지만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은 특히 노 대통령의 의례적인 모두 발언 없이 곧바로 난상토론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당청 회동 때마다 노 대통령은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5분 정도 농담도 섞어가며 인사말을 했으나, 이번에는 그마저도 생략됐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최근 당청갈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노'가 담겨있다는 해석과 함께 노 대통령이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 문제를 포함한 제반 문제에 대한 여당의 포괄적인 의견을 먼저 듣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핵심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이 다 준비돼 있다"면서도 "인사권 문제 등 당청간의 일반적 현안 외에는 구체적 현안에 관한 말씀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도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시내 한 호텔에 모여 대책을 숙의하는 등 신중을 기하려는 모습이었다.
한 비상대책위원은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하되 사사건건 시비를 제기해 부딪히지는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회동을 앞두고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날 청와대측과 물밑 대화를 갖고 사전 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회동에는 당쪽에서 정동채(鄭東采) 원혜영(元惠榮) 강봉균(康奉均) 이강래(李康來) 정장선(鄭長善) 민병두 이계안(李啓安) 윤원호(尹元昊) 의원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쪽에선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과 윤태영(尹太瀛) 연설기획비서관 등 핵심 참모들이 배석했다.
휴가기간 '침묵'을 지켰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할말이 많았던 탓인지 이날 회동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보자"고 운을 뗀 뒤 곧바로 최근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한 '대통령 인사권' 문제를 직접 끄집어냈다.
그것도 당 쪽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기 전에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노 대통령이 인사권 논란에 대해서 많은 고심을 했고 당에 불만이 쌓여있음을 의미하는게 아니었겠느냐고 한 참석자는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휴가중이었지만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밝혀 김병준(金秉準) 부총리 사퇴표명과 문재인(文在寅) 법무카드 불가론 등 휴가중 발생했던 민감한 문제로 인해 적지않게 고심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지고 싶다. 책임지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인사권을 존중해 달라"고 우리당 참석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처음부터 인사권 논란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탓인듯 오찬 초반 회동장인 청와대 본관 인왕실은 긴장된 분위기로 감싸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서로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것. 오찬중 간간이 '큰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자리였지만 그렇게 많이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중간에 웃음도 나오는 등 분위기는 대체로 좋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정무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청 모임 신설 등에 합의했을 때는 박수도 나왔다. 고위 당.정.청 모임을 비롯해 ▲인사권의 대통령 고유권한 재확인 ▲대통령의 당 조언과 건의 경청 ▲합당한 방법을 통한 당의 조언과 건의 등 4개 합의내용은 회동 말미에 노 대통령이 직접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명숙(韓明淑) 총리가 오찬 중간에 "옆에서 대통령 고민도 잘 봤고 당의 입장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중재역할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오찬은 한식으로 차려졌으며, 반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무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격식 없는 대화를 위해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회동에 임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