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KBS 인근에 사는 주부 박미영 씨는 오래 써서 퇴색되고 금박이 벗겨진 크랙 가구를 7월 한달 내내 가창에 있는 리폼 전문공장에서 손봐, 최근에 다시 집에 들였다. 장롱 화장대 문갑 침대 소파 티테이블 사방탁자까지 한 살림을 다 리폼하느라 집안도 어수선했고, 비용도 300만원 넘게 들었지만 결과는 대만족. 금박이 잘 살아났고, 가구 원래의 흰색깔도 잘 복원됐다.
주부 박 씨가 손쉽게 새 가구를 사기보다 구태어 낡은 헌 가구를 수리해서 쓴 것은 모두들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요즘 나오는 가구들이 예전 가구만 하랴싶기도 하고, 각종 접착제들을 쓴 새가구를 들여놓을 때 각종 증후군에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웃 경남타운이나 범물동 송정타운에 사는 남편 직장 동료의 아내들이 대개 가구를 수리해서 쓰는데 아주 흡족해했어요. 크랙가구의 경우, 잘만 쓰면 대물림까지 가능해요. 자원낭비도 막고, 건강도 지키고 좋잖아요.??
본리동 그린맨션에 사는 한 가정에서는 서랍장, 화장대, 콘솔, 문짝 등을 리폼했다. 처음에는 진한 갈색 가구였으나 리폼하면서 백 아이보리로 색상을 바꿨고, 군데 군데 흠집이 난 것을 메꿔주고, 가구 손잡이도 교환했다. 들어간 비용은 총 60만원. 왠만한 서랍장 한 개 들일 돈으로 가구에 새옷을 입히고, 집안 분위기를 환하게 바꿨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사를 하면 으레히 버리던 것으로 여기던 가구를 새로 손봐서 다시 쓰는 집들이 늘고 있다. 대개 본격적인 리폼을 하는 가정은 중산층 이상이 많은데, 대상 가구는 원목장이나 고가구, 이태리 크랙가구 등이 주를 이룬다.
소품가구의 리폼은 각 가정에서 직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리폼가구를 치면 고수들이 리폼에 필요한 재료와 절차 그리고 방법까지 알려주는 블로그들이 대거 등장한다. 싱크대 리폼이나, 어린이 장롱 리폼, 못쓰게 된 괘종시계의 장식장으로의 변신, 아이 침대 꾸미기 등 다양한 정보로 넘쳐난다.
"붙박이장은 그야말로 붙박이잖아요. 얇은 시트지나 무늬목으로 만든 붙박이장과 친환경적인 원목 가구와는 비교할 수 없지요. 다만 옛날 가구인만큼 색상이나, 공간 활용도가 뒤떨어지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쓰는 주부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이사계약을 해놓고, 그 전에 미리 가구를 리폼해서 새집에 들이려는 물량이 대부분인 셈이지요.??
가구 리폼 전문업체인 일심라이프&미성공예 김수현 대표는 "요즘은 힘든 가구공을 직업으로 기피하는 경향이라 송학이나 노송 한시가 곁들여진 산수화 사군자 등을 새겨넣은 원목 딸깍장과 같은 수공예 장롱은 만들어내기도 어렵다.??며 ??이런 원목장은 리폼해서 대물림해서 쓰려는 인식들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원목장의 경우 얇게 붙박이장과는 달리 테두리에 3.5cm정도의 기둥을 세우니 장롱의 내부 공간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면서 그를 커버하고 수납면적을 넓히기 위해 원목 장롱과 방의 천정 사이에 비는 공간에 30~40cm짜리 문이 달린 수납장을 만들어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인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사진 정우용 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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