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연례행사 물난리의 근본대책

우리나라는 매년 7월 장마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물난리를 겪어 왔다. 반갑잖은 태풍에다 폭우가 되풀이 되는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니면 사후약방문 격이다.

해마다 엄청난 인재를 되풀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올해 에위니아 태풍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행정지도의 부주의로 야기된 인재가 대부분이다. 특히 산수경관이 아름다운 강원도 산간지방이 피해의 중심지였던 이유는 산지개발에 무리하게 인허가를 남발한데 따른 것이다.

위험요인을 묵과한 난개발의 실태가 엄청난 화를 몰고 오게 한 것이다. 수해대책에 있어선 해마다 겪는 일이라 새로운 일도 아닐텐데 임기응변적인 미봉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비과학적 사고 때문에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나무 재선충 확산으로 수 십 년 간 애써 가꿔온 솔숲이 일시에 황폐화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때 잘려나간 송림의 잔해들이 계곡이나 교량의 물길을 막아 이웃 주택이나 농경지의 피해를 키웠다.

우리나라는 기름보일러가 땔감연료를 대신하고 있어 산 속의 고사목이나 폐목 따위는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근본적인 행정지도가 뒤따라야겠다. 톱밥 활용방안은 이미 실험단계를 거친 것이다.

우사나 돼지우리 등의 밑깔기 자료로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선충에 오염된 폐목을 산에다 방치한다는 것은 독충에게 먹이감을 제공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감염된 폐목은 모두 거두어 톱밥으로 환원시켜 축산농가에 유용하게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가축사를 거쳐 나온 톱밥은 유기질의 좋은 비료가 될 뿐만 아니라 축사의 방습 청결 유지관리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

피해목 및 간벌목을 현장에서 소각시키지 말고 야적하지도 말고 톱밥공장으로 직송토록 해야 한다. 톱밥량이 남아돌 때는 합판재료 또는 고유가시대의 대체연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산방 수방대책을 나라 다스림의 근본으로 삼아 왔다. 연례행사처럼 당하는 물난리, 이젠 전문인력을 동원한 과학적인 근본대책으로 상습수해로부터 벗어나야겠다.

연간 평균 수해액 1조9천여 억원의 국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범국민적 대책이 시급한 일이다. 네덜란드를 보라, 국토가 바다 수면보다 낮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인 토목기술을 자랑하는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어떠한 국난도 거뜬히 이겨내리라 믿으면서 보다 근본적인 수방대책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김종태(시인·세계환경문학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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