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지방정부와 일자리 창출

중앙 정부의 경제 정책의 목표는 성장 잠재력의 확충이다. 기업의 경영 목표는 최대 이윤의 추구이다. 그러면 지방 정부의 경제 정책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방정부는 중앙 정부의 경제 정책 목표를 지역 단위에서 단순 집행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지방정부가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의 경영 성과를 높이는 일에 매달리면 경제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일까?

개발년대 기간 중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시키는 것을 따라하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지역의 내생적 발전 역량이 강조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지방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기업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정부는 중앙 정부의 눈치도 살피거니와, 동시에 기업에 눈높이를 맞추고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중앙정부와의 수직적 관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설정해온 지방 정부가 중앙정부의 입김에서 점차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대신에 기업과 수평적 파트너십을 맺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국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앙정부가 결국은 수도권 집중현상을 낳고 지역 경제를 황폐화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지방 정부가 선택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 정부가 기업의 눈높이를 존중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와 지방 정부의 정책 목표를 일치시킬 수는 없다. 지방정부가 기업의 이윤 추구 목적을 일방적으로 추수하게 되면 그것은 지방차원의 정경 유착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고유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일관성 있게 추구하여야 한다. 지방정부의 최우선의 정책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의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직면할 엄청난 파국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된 지 이미 오래이다. 또 기업은 이윤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고 이 경우 노동자의 해고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처럼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는 경제 주체가 사라지고 있다. 고용문제는 한국 경제의 위험한 뇌관이 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정책적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고의 경제정의'라는 말만큼 이 시대의 경제적 문제의식을 적절하게 요약하고 있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을 주체적으로 떠안아야 할 직접적 당사자는 바로 지방정부이다.

민선 4기 체제에 접어든 대구시는 대구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기 위해서 얼마 전 '희망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그 산하에 서민생활, 기업지원, 성장동력 분과를 설치하였다. 분과명은 앞으로 대구시가 역점을 두고 추구할 경제 정책의 방향을 드러내 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서민생활 안정이든, 기업 지원이든, 성장 동력의 발굴이든 그 성과가 일관되게 일자리 창출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민생활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지방정부가 기업 지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 때문이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투입된 세금에 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할 사실은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성장 동력 산업의 선정에 있어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성장 동력 산업의 선정과 관련하여 기술적 관점의 논의는 부차적으로 취급해도 무방하다.

대구시가 출범시킨 비상대책위원회의 명칭은 희망이라는 단어로 시작하고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한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희망을 거는 일이다. 이 지역이 그래도 여전히 희망일 수 있는 것은 사람 때문이다. 아, 그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김영철(계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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