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의 인물산책] 최준영 산자부 정책홍보관리본부장

최준영(崔俊濚·55) 산업자원부 정책홍보관리본부장은 '스타'다. 경북 칠곡 동명 출신인 그가 권력의 부침에 상관없이 무역정책과장, 벤처기업국장, 산업정책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 있으면 웬지 산자부 일이 술술 잘 풀려 스타다.

지난 1985년 수출진흥과 사무관 시절 그는 수출 기업을 팍팍 밀어주는 정책을 폈다. 기업들의 수출 능력이 커져 그해 무역흑자를 기록, 4년 내리 흑자를 올렸다.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이후 그는 산자부를 떠나 외도(?)했다. 청와대 행정관, 미국 파견 등 8년. 공교롭게도 그 기간 나라는 환율로 통화를 관리하려고 하다가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그가 무역정책과장으로 산자부로 돌아왔을 때 누적된 무역적자가 무려 666억 달러. 오랜 기간 설비 투자로 기업들이 외국에 상품을 수출할 능력이 넘쳤지만 금융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무역적자가 발생했다고 봤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기안해 무역 금융을 과감하게 풀게 했더니 2년 만에 수년간 누적된 무역적자가 해소됐다.

능력을 인정받아 산자부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청와대 비서관에 입성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벤처 붐이 일었던 그때 최 본부장은 벤처기업국장이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과잉 투자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는 우리나라가 오늘 날 IT 강국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고 믿는다.

그는 요즘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주는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비책은 자유무역협정(FTA).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참여정부가 반기업정책을 남발해 설비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과 달라요. 이미 우리나라는 설비투자 과잉입니다. 시장이 없는데 누가 투자합니까?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한 조선업조차 설비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경제살리기의 핵심은 시장 개척이고 FTA가 기회입니다."

FTA로 농촌이 죽지 않느냐는 반문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조선 1위, 휴대전화 1위, 철강 5위, 석유화학 5위의 대한민국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것. "국민들이 부지런하고 똑똑합니다. 농업이 허약하다는 생각은 농업인을 농사꾼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지요. 농업에 기업 정신을 원용하면 농업인도 중소기업인이 될 수 있어요."

청송, 영양, 봉화 등지를 희망찬 농촌으로 꼽았다. 새로운 마인드로 이들 청정지역에 기업영농을 정착시키고 도시 또는 외국에 농산물 판로를 열어주면 첨단 농촌이 될 것이란 얘기다.

경북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행시 20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고향에서 근무한 것은 달성군청에서 시보를 한 1년이 전부다. 하지만 출향 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하며 고향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전산업밸리 예산을 선뜻 확보해주지 못해 늘상 미안하다. "큰 돈이 드는 전망있는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가 적자재정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치권과 국민이 도와줘야 합니다. 비전은 있으나 리스크가 크면 민간에서는 절대 투자하지 않지요. 그런 일을 정부가 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 적자재정에 반대하니 정부가 옴짝달싹 할 수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구 경제를 회생시키는 비법이 없느냐고 묻자 "비법이 있으면 이러고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웃은 뒤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기업인,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시민에게 각기 5분의 1씩 책임이 있다는 것.

경주 방폐장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전, 양성자가속기 건설 등 정부가 약속한 것을 우선 챙겨놓고 다음을 봐야 하는데 요구가 너무 많다는 것. "경주에서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면 8조 원이 든다고 들었습니다. 타 시·도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한술에 배불리려 하지말고 사업을 하루라도 앞당기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딸깍발이 선비 기질이 강하고 마른 편인 그는 4시간 걸리는 산길을 2시간 30분이면 주파하는 엄청난 강골이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