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표적 명물거리인 '남산인쇄골목'과 '오토바이 골목'이 재개발 열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대구시 재개발지구 고시 지역에 포함되면서 재개발추진위원회 승인이 나버렸기 때문.
인근 주민들은 낙후된 이 일대의 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반기는 반면, 상인들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명물거리에 부는 재개발 열풍
지난 2003년 명물거리로 지정돼 크고 작은 인쇄업체 700여 곳이 밀집한 '남산인쇄골목'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난달 6일과 28일 각각 재개발추진위원회 승인이 난 A지구(1만5천여 평)와 B지구(1만7천100여 평)에 포함돼 있다.
이곳 인쇄업주 김휘대(42) 씨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 해도 인쇄가게를 들일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8평 남짓한 가게를 가진, 우리처럼 작은 곳은 보상받는 돈이 너무 적어 새 터전을 구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장개식 대구인쇄정보산업협의회 회장은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기획, 인쇄, 가공 등 분업화된 업소들이 여럿 몰려 집중효과를 내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업체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지금과 같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근 인교동 '오토바이 골목'도 사정은 마찬가지. 두 블록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오토바이 골목은 지난달 말 재개발추진위원회 승인이 난 C재개발지구에 한 블록이 포함돼 절반만 남게 됐다. 오토바이골목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오토바이 골목 내 60개 업체 가운데 절반이 사라지면 나머지도 뿔뿔이 흩어질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보존 VS 개발
인쇄업자, 오토바이판매상들은 무조건 아파트만 짓고 보는 행정당국의 재개발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인쇄업은 공해가 적은 산업이라 재개발지구에서 제외한 뒤 인쇄골목 현대화 및 인쇄단지 조성도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중구청과 주민들은 명물거리가 문화재처럼 보전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명물거리 역시 변화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입장.
재개발지구 한 주민은 "중구는 인구 감소와 주택슬럼화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심각한 곳"이라며 "인쇄골목이나 오토바이골목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게 중구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견해
전문가들은 "모든 재개발지구 사업이 주거 기능 일변도로 이뤄져선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자체 상권을 확보한 곳에서도 개발 용이성만 따져 주거용으로만 재개발이 진행되면 공급 과잉을 초래, 또 다른 주택 슬럼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주민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없애고 똑같은 아파트만 빼곡히 채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퇴계로 인쇄골목'을 관할하는 서울 중구의 경우, 남산인쇄골목 존폐 여부를 주민 자율 합의에 맡겨두는 대구와는 달리 '보존'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계명대 김한수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에는 항상 특화된 골목, 지역들이 있게 마련이며 이는 도시의 역사이면서 장점이기도 해 이를 살리려는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며 "다만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그대로 놓아두기보다 특징적인 기능들을 살릴 수 있도록 개발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중구가 대구의 중심임을 감안, 주상복합건물을 짓더라도 무게중심을 '주(住)'보다 '상(商)'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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