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조비리에 연루된 조모 전 고법 부장판사 등 법조인 2명과 현직 경찰 총경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조계에서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법원의 경우 사상 최고위직을 지낸 전직 법관에 대한 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를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가 사법부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 법관들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관이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법원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고위 법관을 지낸 인사에게 영장이 청구된 사실 자체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뭐라 말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법원도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일부 개인의 옳지 못한 행동이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법조계에 잘못된 관행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번 일로 법관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법원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법원 흠집내기' 성격이 짙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최종 목표는 기소를 통한 유죄 입증이 돼야 한다.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아쉽다"고 말했고 다른 부장판사도 "영장이 기각되느냐 발부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여러 경로로 자꾸 흘리는 식으로 수사하는 방법은 지양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한 중견 법관은 내부통신망 글에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몇몇 분들의 과도한 행동으로 자괴감을 느낀다. 묘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듯한 매스컴 기류와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따로 있는데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며 단체기합을 받던 학창시절의 분노를 떠올리게 된다"며 작금의 상황을 우회 비판했다.
이 글에 대해 일부 법관들은 "후배 판사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한 고언이다"고 평가하면서도 "지금은 변명보다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한 글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검찰은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영장이 발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는 "죄질이나 법조비리 척결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볼 때나 영장이 청구된 것은 당연하다"며 발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간부도 "전직 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영장 청구 사안이 분명하다. 기각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검찰로서는 법조비리 척결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법원과 검찰 간 갈등 구도만 너무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시각도 뚜렷하다.
재경 지검의 고위 간부는 "법원과 검찰의 갈등 구도를 너무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어디까지나 전직 판사 개인의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다"고 강조했고 다른 간부도 "개인 비리가 나와서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인데 조직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려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직 검사와 현직 총경에 대한 영장 청구의 경우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본인이 처리한 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어서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전직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영장 청구라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 목적으로 서로 감정적 대응을 하기 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이번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생각하면 검찰은 '의혹 부풀리기'식의 수사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원도 사법부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막연한 피해의식보다는 '죽어야 산다'는 대승적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다"고 충고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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