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경제 살리기는 현실직시부터

잭 웰치 GE사 전 회장은 20세기 최고의 경영전략가로 꼽힌다. 이 분이 평소 금과옥조로 지켜나가고자 했던 원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자' 라는 평범한 말이었다.

대부분의 전략대안들이 실패하는 원인이 환경변화를 냉철하게 고려하기 보다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기 희망사항을 적어놓는 데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실직시는 성공전략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의 화두인 '대구경제 살리기'도 '현실직시'로부터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 IT, 나노,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을 일으키고 섬유와 같은 전통산업의 기조도 유지하면서 이 모든 것을 단시간에 해결해 줄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사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이와 유사한 '희망사항'을 채택하다보니 비슷비슷한 전략을 내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으로는 경제구조의 세계적 변화추세이다. 즉 제조업의 비중이 급속히 줄고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이 경제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 제조업의 비중은 꾸준히 줄어 2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 산업은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소득이 일정 부분에 도달하면 물질적 재화보다는 건강,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제조부문이 전체 부가가치 창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자면, 소매가 3만원 하는 컴퓨터 마우스 제품의 경우 제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불과 7.5%에 불과하다. 제품을 연구개발한 회사는 그나마 20% 정도의 몫이 돌아가지만, 나머지 72.5%는 유통 및 마케팅 회사의 몫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러한 제조부문은 중국과 같은 저개발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고용창출의 측면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 15년간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우 매년 평균 4만개씩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반면에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는 매년 평균 42만개가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제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2% 정도에 그치고 있다 (2002년 기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서 과연 대구시가 섬유산업을 부흥시키고 새로운 제조업을 일으켜 경제 살리기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두 자리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관련 산업과 기계장비 산업 등은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 계속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도시 대구에서 배출되고 있는 인재들을 수용하기에는 일자리가 턱도 없이 부족하다.

대구시는 어떠한 매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동남권 중심도시가 될 수 있을까? 포항, 울산, 구미 등과 견줄만한 산업도시를 건설해야 하는가? 아니다. 동남권의 중심이 되려면 이들의 구매력을 끌어들이는 서비스 도시가 되어야 한다. 마치 경기도의 인력과 자원을 측근에서 빨아들이고 있는 세계적 소비도시 서울과 같이.

이러한 의미에서 소비도시 대구를 더 이상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도래하는 서비스 경제시대에 최대의 강점으로 살려나가야 할 일이다. 인구 250만 명의 자체 소비시장은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자체 산업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소비자들의 수준은 국제적 문화상품을 정확하게 평가할 만큼 까다롭다.

여기에 교육과 의료부문은 동남권 중심도시가 되기 위한 인프라이자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유학 오고 싶어 하는 교육시스템, 아시아에서 찾아오는 의료서비스 산업을 만들어 낸다면 대구는 21세기 세계적 경제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가능하다. 백화점식으로 펼쳐놓고 모든 가능성에 기대는 것은 전략이 아니고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전략적 집중인 동시에, 전략적 포기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