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는 지금 주거혁명중] 獨 키르슈타펠트 단지

여름철 직경 15cm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만드는 그늘은 24평 크기의 사무실을 냉방 하는데 필요한 에어컨 3대를 12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또 사람이 68일간 호흡하는데 필요한 산소량을 만들어 낸다.

무더운 여름철, 자연 녹화가 이뤄진 주거지와 콘크리트로 덮인 단지의 주거 환경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의 친환경 주거단지는 '자연의 효과'를 단순히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 '집'의 개념을 생태계 순환 흐름의 한 부분으로 삼고 있다.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신 주거지인 키르슈타펠트 단지.

91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저층 고밀도 아파트 2천600 가구가 입주해 있는 대단지이지만 이곳은 조용한 '공원'의 느낌을 갖게 한다. 단지 곳곳에 마련된 녹지 공간뿐만 아니라 건물 옥상과 베란다. 주차장, 보행로까지 '녹색의 띠'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주거지 녹화는 생태계 보전이나 에너지 소비 등에 있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부분입니다." 베를린시에서 10년째 친환경 주거단지 조성 업무를 맡고 있는 그리트 샤데씨는 "주거지 녹화는 새로 만들어지는 주거단지뿐 아니라 기존 주택에서도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새로 조성되는 주거지뿐 아니라 82년부터 기존 건물 녹화 사업을 시작한 베를린 시는 공사비의 80%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며 적극적으로 옥상 녹화 사업을 펼쳐 10여 년 동안 연면적 6만평방미터가 넘는 주택과 빌딩의 옥상을 나무와 잔디로 바꾸어 놓았다.

옥상 녹화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수목을 식재해 옥상 공간을 공원이나 정원처럼 만드는 중량 녹화와 잔디류를 심는 경량 녹화로 나누어진다.

샤데씨는 "주택 녹화의 대부분은 화산재나 벽돌 등을 재활용한 흙에 잔디류를 심는 방식을 이용한다."며 "배수 층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일 년 동안 한두 번 정도의 손질만으로 옥상 녹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옥상 녹화의 효과는 대단하다. 녹화를 할 경우 여름철 지표 온도가 15-30℃까지 차이가 나며 건물 표면이 시원한 만큼 차가운 실내 공기를 유지하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든다.

벽면 녹화도 외기 온도가 30℃ 일 때 콘크리트 벽면 온도는 50℃까지 올라가지만 등나무로 녹화를 하면 표면 온도가 35℃에 머물게 된다.

여름철 냉방 효과 이외에도 건물 녹화는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고 공기 정화와 소음 저감, 입주민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등 다양한 부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키르슈타펠트 단지는 착공 전 표토를 재활용하고 빗물을 보전하기 위한 투수성 포장을 하는 등 단지 조성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표토 재활용은 녹지나 나대지에 건물을 지을 때 표면의 흙을 따로 모아놓았다가 건물 완공 후 다시 사용하는 방식. 표토를 재활용하는 것은 표토가 동식물 생존의 기반이 되는 공간으로 우량한 표토 1cm 만드는데 20-30년이란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포장을 대신한 투수성 포장도 토양과 대기 사이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 지하수 고갈을 막고 토양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콘크리트 포장의 빗물 침투율은 2-3% 수준이지만 투수성 포장은 90%를 넘는다.

물론 투수성 포장도 인도나 차도 등의 최소한 부분에만 시공하며 놀이터, 산책로뿐 아니라 빗물 차집로 등은 모두 자연 토양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이러한 노력으로 2천 가구가 넘는 대단지이지만 키르슈타펠트 단지는 생태계가 살아 있는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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