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휴가 해외여행 '봇물'…꼴불견도 '봇물'

7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세관 검역대.

중국 장사에서 돌아온 130여 명이 문형금속검역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30대 중반의 여행객과 세관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물건은 반입금지 품목이라 통과 하실수 없습니다."

세관 직원이 지목한 것은 모 유명 브랜드를 흉내낸 짝퉁 시계들.

세관 직원은 정중히 남자를 설득했지만 남자는 막무가내 였다.

"딴 사람은 안 잡고 왜 나만 잡아?" 그는 언성을 높였다.

한참동안 목소리를 키우던 남자는 결국 가져온 물건을 세관에 놓아두어야 했다.

해외로 나가는 '원정 휴가족'이 폭증하는 가운데 반입금지 품목을 들고 와 세관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장모(45·대구 수성구) 씨는 최근 중국에서 돌아오던 중 시알리스를 소지했다가 검역대에서 제지를 당했다. 그는 혈관약이라고 세관직원에게 둘러댔지만 시알리스를 압류당했다.

이모(55·중구 동산동) 씨도 칼 모양의 도금류 물품을 들여오다 세관에 통제를 받았다. 이 씨는 "반입금지 품목인지 몰랐다. 거실 장식용으로 샀다."며 "모르고 한 일인데 통과 시켜 달라."고 하소연 했다.

세관은 반입금지 품목 반입으로 하루 평균 3, 4명씩이 단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세관 검역대에 근무하는 박신정(33·여) 씨는 "검역대를 통과 못하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소리치는 여행객들이 있는가 하면 '나를 범죄자 취급 하느냐'고 화를 내는 여행객들도 있다."고 했다.

대구세관 감만석(47) 계장은 "반입금지 품목을 몇차례 알려주고 홍보자료까지 공항에 두고있지만 '모르고 사왔다'며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고, 심지어 세관사무실까지 찾아와 떼를 쓰는 여행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세관에 따르면 반입금지 판정을 받은 물품은 지난해 1천34건을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이달 현재 917건이나 발생,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 반입이 금지된 품목은 명품 유사 물품이 40%, 불법 약품 20%, 도금류와 기타 물품이 40%를 차지했다고 세관은 전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검사대를 그냥 통과하려는 여행객

△자기만 검사한다고 항의하는 여행객

△검사대상자로 지정되면 다짜고짜 가방을 집어던지고 고함치는 여행객

△유력인사 이름을 대면서 '내가 누군지 알어?'라며 협박하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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