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서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가 연일 계속되자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을 해야하는 공사현장의 시계도 '더위'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현장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일부 공사장에서는 '얼음공급 전담'을 둬 수분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8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3월부터 현장에서 일해온 김재화(60)씨는 불볕 더위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담당 파트가 '철근'에서 '얼음'으로 바뀌었다.
날씨가 더워지자 공사현장에 물과 얼음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철근 일에서 손을 떼고 하루종일 물통을 들고 다니며 현장 구석구석에 물과 얼음을 공급하고 있다.
김씨와 함께 '물 전달책' 임무를 맡은 박기덕(20.대학생)씨는 "현장 파트별로 얼음을 서로 가져려고 하기 때문에 얼음 확보를 위해 새벽 4시30분에 출근한다"면서 "방학 아르바이트로 공사 현장을 찾았는데 이곳 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대구 수성구의 또다른 아파트 공사현장.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평균 출근 시간은 오전 5시30분으로 불볕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평소보다 1시간 30분이나 당겨졌다.
새벽에도 열대야 때문에 공기가 후텁지근하지만 1도라도 기온이 낮을 때에 일을 많이 해두기 위해 아침잠을 포기한 것.
골조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햇볕에 달아오른 철근 열기 때문에 낮시간대 현장 온도는 족히 40도를 넘을 것"이라면서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일하기 위해서는 일찍 출근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측도 제빙기와 대형 선풍기를 설치하고 땀으로 빠져나가는 염분 보충을 위해 근로자들에게 알소금을 제공하는 등 더위를 이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D 아파트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에 대형 선풍기 4대를 설치하고 생수 페트병과 얼음도 휴게실에 비치해둔다"면서 "요즘 인부들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더워지기 전보다 3-4배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비책'에도 불구하고 더위를 이기지 못한 근로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20~30% 가량 빠져나가고 있어 건설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한 아파트 건설업체 현장관리자는 "더운 날씨 때문에 공사인원이 30% 가량 줄었다"면서 "휴가를 가거나 오전에만 일을 하는 근로자도 늘고 있어 공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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