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년대계 뿌리 내리길"…17일 퇴임 도승회 경북도교육감

"48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크게 후회없이 일해 왔고 영광스런 일도 많았습니다. 이제 후임 교육감이 제가 못 다한 일을 잘 해주기를 바랄뿐입니다."

오는 17일 임기를 마치는 도승회(71) 경상북도 교육감은 퇴임을 10일 앞둔 심정을 "시원하다."며 소회를 표현했다. 떠나는 섭섭함보다 중책을 벗어 홀가분하다고 했다.

48년 3개월. 현직 전국 시·도 교육감 가운데 최고참인 도 교육감은 1998년 이후 11대, 12대 경북도 교육감에 연달아 취임했다. 지난 8년간 경북 교육의 수장으로서 많은 업적도 남겼다.

난치병 학생 돕기는 그가 가장 큰 애착을 느끼는 사업이다. "백혈병에 걸린 가난한 학생의 기사가 신문에 나서 30만 원의 위로금을 들고 병실에 찾아갔지. '이 30만 원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절로 났어."

그는 2001년부터 대대적인 난치병 학생 돕기를 추진했다. 총 59억4천여만 원의 모금액으로 현재까지 76명이 완치됐고 329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은 타 시.도 교육청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 하기에 이르렀고 지난 4월에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그는 '경쟁력 있는 교육'에 대해 일관된 소신을 유지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평준화 논란에 대한 그의 입장은 단적인 예다.

도 교육감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일부의 주장처럼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교육논리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며 "한 반도 못 채우는 인원으로는 교육예산 낭비를 따지기 전에 정상적인 수업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평준화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견을 말하라면, 비평준화가 교육의 질,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교구비리때는 국정감사에까지 나가 심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회상했다. 하루에 담배를 세 갑씩 피웠다. 그는 "교육청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학교가 업자에게 속은 면도 있다."고 했다.

도 교육감은 또 교직단체(그는 '교육동지'라고 표현했다.)들간에 알력과 다툼이 사라졌으면 하고 소망했다. "과거에는 교사 선.후배 간에 애정도 있었고 감싸주는 마음도 있었는데 갈수록 이런 분위기가 희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지난 해 6월 위암수술을 받은 그는 퇴임 후 성주군 가천으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매실을 120kg 땄는데 내년에는 한 200kg 수확할 것 같아요. 곡식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경북 교육이 성장하기를 소원합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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