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르게 된지 오래됐다. 대부분 停年(정년)이 보장되고, 퇴직하면 마지막 3년간 임금 평균의 최대 76%를 평생 연금으로 받기 때문이다. 31년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서기관(4급)으로 퇴직할 경우 매달 220여만 원의 年金(연금)이 나온다. 민간 기업처럼 야근'특근을 밥 먹듯 해야 살아남는 게 아니고, 공휴일'휴가도 다 챙길 수 있다.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소리'다.
○…갈수록 공무원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就業(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유명 대기업에 어렵게 들어간 사원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와 경쟁 스트레스, 정년마저 점차 짧아지는 기업문화에 실망한 직장인들이 일찍 '백기'를 드는 경우가 허다한 탓이다. 신세대의 '개인의 행복을 버리면서까지 직장에 충성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가치관이 이 현상에 속도를 붙이는 형국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 모임이 20여 개나 개설돼 있다. 이 중 '9급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엔 27만 4천여 명이나 가입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최근 접수가 마감된 서울시 공무원 공채(932명 모집)에 15만 1천97명이나 지원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모양이다. 공직사회의 人氣(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셈이다.
○…젊은이들 사이엔 '公試生(공시생)'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공무원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면서 지망하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그 문이 考試(고시)만큼이나 통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요즘 각종 설문조사나 취업 현황 조사 결과도 공무원이나 공사 등 안정적 직장 선호도가 뚜렷하게 상승했다. 심지어 4년제 대학 재학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고등고시 포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들의 최대 기준은 '안정성'인 것 같다. 適性(적성)과 성취감, 원대한 꿈과는 거의 상관없이 '가늘고 길게 가자'는 생각이 우선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가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젊은이들이 挑戰(도전)과 冒險(모험)보다 안정만 선호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유능한 인력이 '철밥통'쪽으로만 쏠리면 '공무원=최고, 국민=최저'라는 등식이 나오게 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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