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국사 다시는 안갈래"…주차장 갈등으로 이미지 실추

경주 불국사 노외주차장과 관련한 경주시와 주차장 운영업체인 (주)일오삼, 상가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애꿎은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관광 경주의 이미지마저 실추시키고 있다.

◆관광객들은 불편하다=지난 4월 전만 해도 불국사 주변 300, 400m 이내에 3곳의 주차장이 있었다. 하지만 시가 민자유치를 통해 일오삼이 불국사 상가 아래쪽에 노외주차장을 준공해 영업을 시작하면서 시는 일오삼과의 협약에 따라 지난 3, 4월 각각 시 공영주차장과 일주문·불이문 등 3곳의 주차장을 폐쇄했다.

이들 주차장 폐쇄로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은 1.2km 정도되는 급경사의 먼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하게 됐다.

관광객 김명근 씨는 "불국사 앞에 주차장이 없어지고 불국사에서 1.2km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해 놓고 걸어가라는 것은 노약자들에게 큰 고통"이라며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넷 등을 통해 불국사를 찾지 말라는 캠페인이라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대전의 박승배 씨는 시청 홈페이지에 "불국사 주변 주차장을 폐쇄하고 폭염속에서 걸어갔다오니 너무 화가 났다."며 "또 이면도로의 수많은 주차차량에 대해서는 모두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여 놓아 경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뿐이었다."고 적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관광객들에게 편리하게 유적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데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켜 경주와 불국사에 대한 이미지만 실추시키고 있다."며 "쉽게 불국사를 방문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 당사자간 분쟁도 만만찮다=새 주차장 준공 이후 경주시와 일오삼, 불국사 상가 상인들간 마찰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오삼과 경주시의 분쟁은 협약사항 이행 여부. 일오삼측은 경주시가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3월 한 때 주차장을 폐쇄했고, 4월에는 경주시를 상대로 모두 2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오삼 정석환 감사는 "주차장을 완공하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시가 상가 전체구역 주차금지구역 고시 및 주기적 단속 등 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매월 4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입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주시의 사기 민자유치사업에 민간 투자자만 희생자가 됐고 주차장 문을 닫을 경우 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주시가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구 건설도시국장은 "협약사항 이행을 위해 노력 중이나 상가 전체구역 주차금지구역 고시는 경찰에서 주민동의서를 받아 오라고 해 반려됐다."고 말했다. 반면 상인들은 "가뜩이나 영업이 안되는데 상가 전지역을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주차장 업자의 배만 불리기 위한 행정"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음 쟁점은 노약자 등의 편의 제공을 위한 전동차 등의 운행 문제다. 경주시와 일오삼은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해 모노레일 등 전동차 운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짓고 맺었다. 대신 일오삼측은 승합차와 관광버스 등으로 주차장에서 불국사까지 무료로 관광객들을 실어날랐다.

이에 불국사발전협의회 배치홍(61) 회장은 "관광객들을 모두 셔틀버스에 탑승시켜 왕복 운행하는 것은 상가 영업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가내 일방통행화 등을 포함한 보도정비 계획에 관해서도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새 주차장∼불국사 상가까지는 약 600여m. 현재는 폭 6m의 왕복 2차로와 양쪽 보도 6m 등 12m로 돼 있다. 시는 새 주차장∼불국사 상가까지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걸어서 갈 수 있도록 보도정비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한 간선도로를 선택해 중간 중간에 나무도 더 심고 벤치 등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새 주차장 준공 이전에 정비를 하려고 했으나 우선 순위에 밀려 의회에서 사업비가 삭감돼 추진을 못했다.

강두언 도시과장은 "7억 원을 들여 우선 한 곳을 시범적으로 정비한 뒤 추가 정비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불국사 숙박협회 윤설길 회장은 "상가내 인도정비사업계획은 수학여행단 학생들의 이동에 따른 불편을 주게돼 현재의 왕복 2차로로 하고 인도 정비만 추진하자는 것이 많은 상인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난제가 쌓여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경주시는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민자유치라는 명분만 내세워 지키기 어려운 협약사항을 체결했다. 또 '걸어서 상가를 통과해 불국사로 가면 상가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안일한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이 주차장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사업'이라고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정구 건설도시국장은 "다양한 관광 여건변화를 예측하지 않고 민자유치에만 주력했고, 주차장 사업자와 상가 상인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합의점을 찾지 못해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주차장에서 걸어서 불국사 관람에 따른 불편 등을 먼저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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