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건설노조원 또 충돌…포항시민들 "화났다"

'경찰은 물러가고 노조원들은 돌아가라. 여기서 집회하지 마라'

포항시민들이 잔뜩 화났다. 9일 밤 10시 대도동 모 주유소 앞. 이날 오후 3시부터 포항건설노조원 하중근 씨 사망 규탄집회를 개최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7천여명은 집회 후 포스코 본사까지 거리행진을 하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밤 늦게까지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극심한 체증이 빚어졌다. 시위 현장 주위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과 노조측에 격렬히 항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달 넘게 크고 작은 집회가 잇따라 포항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을 한꺼번에 비난했다.

이상곤 포항지역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 포항은 위기"라고 말했다. 또 노동과 복지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등 지역의 15개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급하다."는 성명서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단 구성 등을 포항시와 포스코 등에 촉구하고 있다. 송애경 전 포항여성회장은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되면 결국 포항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면서 "이해당사자들이 하루빨리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민노총 산하 노조원 7천여명은 하중근 사망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포스코 손배소 철회,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는 규탄집회를 가진 뒤 오후 5시30분쯤 형산강 로터리에서 포스코 본사까지 거리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83개 중대 8천여명의 경찰 병력을 형산로터리 일대에 배치, 노조원들의 행진을 저지했으며 과격시위를 벌인 노조원 6명을 연행했다.

노조원들은 밤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하다 10일 오전 0시 10분쯤 자진해산했다. 이날 충돌로 노조원 70여명과 경찰 7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경찰차량 3대가 파손된 것을 비롯 도로에 주차해 있던 일반차량 10여대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차체 일부가 부서지는 피해를 당했다.

한편 민노총은 12일 고 하중근씨 추모문화제와 19일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포항에서 개최하고 15일과 27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추모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투쟁을 강화할 계획이다.

포항 최윤채·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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