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바일특구 축소, 수도권 배려 아닌가

꽁무니를 빼더니 결국 꼬리마저 감추고 말았다. 살구가 아니라 개살구로 드러난 모바일 특구 사업 얘기다. 정보통신부는 모바일 특구 선정을 앞두고 特區(특구)는 부풀려진 명칭이고 '필드테스트 베드사업'이라고 강조하더니 당초 천명했던 호랑이 대신 고양이 그림을 슬그머니 내놓았다.

정통부는 어제 국회에서 당초 계획한 필드테스트 베드 구축 예산을 4분의 1로 줄였고 베드 구축 주체도 정부 주도에서 정부와 기업 공동 주체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특구 유치에 지역경제 회생의 死活(사활)을 걸었던 구미와 대구시로서는 '닭 쫓던 개'가 되고 말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구미에 3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모바일 특구 유치 경쟁에 한 발 앞선 상태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져 지역 경제계는 극심한 허탈감에 빠지게 됐다. 구미의 특구 선정이 유력해지자, 수도권에서 制動(제동)을 걸었다는 의심까지 대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구 유치 경쟁이 너무 치열해 정통부가 사업 규모를 축소하며 발을 뺐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꼴이다. 구더기가 무서웠다면 애초부터 장 담그겠다는 소리도 하지 말고 伏地不動(복지부동)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어쨌든 정통부의 이번 투자규모 축소는 'IT839' 전략을 내세우며 모바일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선정한 의미까지 퇴색시켰다.

정통부의 지원 축소로 모바일 특구 사업이 유명무실해진 건 틀림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휴대 인터넷)로 미국에 진출하면서 모바일 산업이 또 다른 '대박'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실망과 허탈을 털고 희망의 씨앗을 미리 지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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