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자 유치 '불국사 주차장' 애물단지 되나?

경주시가 불국사 등의 문화재 보호와 상가 활성화를 위해 민자를 유치, 조성한 불국사 새 주차장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 주차장은 불국사까지 급경사길로 약 1.2km나 떨어져 있는데다 걸어서 가는 길에 쉴만한 숲이나 휴식공간 등이 없어 관광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또 인근 상가는 장사가 안된다며 불평을 터뜨리고 있어 당초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주차장(2만6천여 평, 995면)은 (주)일오삼이 154억 원을 들여 2005년 9월 완공했다. 경주시는 일오삼과 체결한 협약서에 따라 지난 3, 4월 불국사 입구의 시 공영주차장과 불국사 일주문·불이문 주차장 등 3곳을 차례로 폐쇄했다. 또 경주시는 지난 4월부터 주차장 주변 주요 간선도로변 불법주정차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요즘같은 폭염속에서 20여분을 걸어 가라는 것은 불국사에 오지마라는 것"이라며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외국인과 함께 불국사를 찾은 김동희(안동시) 씨는 "상가 주변 이면 도로 주차 요금을 내지 않아도 돼 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고, 절 입구에는 폐쇄됐지만 텅 빈 시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먼 거리의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선혜 씨는 "폭염속에서 누가 1.2㎞를 걸어서 불국사까지 가겠느냐"며 "다시는 불국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불국사 숙박협회 윤선길 회장은 "처음부터 탁상행정으로 추진해 이같은 불편을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 100여명은 10일 오전부터 경주시청에서 상가내 인도정비 계획 수정과 일오삼측의 셔틀버스 운행 중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반면 일오삼측은 "매달 4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입고 있다."며 경주시가 주변지역 불법 주정차단속과 불국로 주차장 삼거리∼공원입구까지 일방통행 등 당초 협약한 내용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 이정구 건설도시국장은 "민자유치 당시인 10년전의 경우 불국사를 연간 250여만 명이 찾았으나 수학여행지가 다양해지면서 관광객들이 30% 정도 줄고, 일오삼과 상가 상인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에서 이 주차장을 매입해 무료 주차장으로 운영하는 등 주차장 문제를 전면 재검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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