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11 테러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 '세계무역센터' 개봉

9.11 테러를 소재로 삼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화제작 '세계무역센터'가 테러 5주년에 한 달 앞선 9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서 개봉됐다.

니콜라스 케이지를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사건 발생 직후 인명 구조를 위해 세계무역센터로 달려갔다가 붕괴한 건물 잔해에 12시간 갇힌 뒤 간신히 구조된 두 경찰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개봉 첫날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에서는 일단 찬사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가슴 아픈 사건을 다룬 영화를 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이견도 없지는 않다.

뉴욕시 미드타운 맨해튼의 한 영화관에서는 50명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지켜보았다. 이 영화관을 찾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로드니 라모스는 "감동적이다. 잘 만들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사건 당시 뉴욕에 없었다는 시민 레슬리 프리드먼은 "사람들이 왜 이 영화를 볼 준비가 되지 않을지를 납득할 수 있다"면서도 "이 영화가 얼마나 강력하고 인간적인지를 알게 되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여러 차례 도발적인 영화들을 선보였던 올리버 스톤 감독이 '세계무역센터'에서는 경의와 자제, 애국심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객들이 이를 기꺼이 보려 할지, 아니면 영화의 주제를 너무 민감하다고 받아들일지가 관건이 흥행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영화사들은 이 주제를 가급적 회피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는 주인공이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오르려고 계획하는 장면을 일부러 삭제하기도 했다.

중년의 관객 불룸은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5년이 지났다. 우리가 영원히 기다려야 하겠나. 이런 영화는 만들어져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남편을 잃은 패티 카사즈는 비극에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본다면 비디오로나 보겠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패티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너무 이르다고 본다. 다만 언제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 맨해튼 주민들, 구조대 관계자들은 '세계무역센터'의 개봉을 계기로 사건 현장에서 유독 가스를 마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캐럴라인 멀로니 의원은 영화 개봉에 즈음해 발표한 성명에서 "영화 속의 영웅들은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 하지만 수천 명의 9.11 영웅들은 아직도 질병과 도움 부족이라는 함정에 갇혀 있다"며 이들의 사정에 주목해줄 것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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