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면 투수는 절대 공을 빠르게, 세게 던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느리게 던져도 제구력만 좋으면 그만이다. 직구 최고구속도 134㎞에 불과하고 커브(110㎞), 체인지업(124㎞), 슬라이더(116㎞) 등 웬만한 변화구 구속도 다른 투수들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는 벌써 7승(4패)이나 올렸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전병호(33). 1996년 데뷔해 프로 10년차인 그가 통산 두 번째 시즌 10승 고지에 한 발짝 다가섰다. 데뷔 이듬해 10승(8패)을 거둔 전병호는 이후 2003년 거둔 8승(4패)이 최다승이었다.
전병호는 10일 대구 LG전에서 6회까지 안타를 단 한 개도 내주지 않는 절정의 제구력을 펼쳐 보였다. 7회 선두 박용택에게 안타를 맞고 곧바로 교체된 그는 이날 볼넷 2개만 내줬을 뿐, 쌍둥이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다.
전병호는 지난 6월24일 LG를 맞아 5⅔이닝 1실점(무자책점)으로 승리를 안은 뒤 SK(5⅔이닝 1실점), 롯데(6이닝 무실점), SK(5⅔이닝 4실점), LG(6이닝 무실점)를 제물로 신나는 5연승을 달렸다.
이날까지 99⅓이닝을 던진 전병호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역시 1997년 기록한 131⅓이닝 이후 최다 이닝을 뿌릴 게 분명하다. 근 10년 만에 회춘한 셈이다.
그는 항상 겸손하다. "나 정도의 구종과 구속으로 승리를 안은 것만으로도 벅차다"며 승리의 공을 동료에게 돌린다. 선후배 간 신의도 두텁다.
삼성 선수단 내부에서는 탁구 등 각종 잡기에 가장 능한 선수로도 꼽힌다. 여러 면에 재주가 있어서 그런지 변화구를 잘 뿌리고 타자의 노림수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병호는 비록 지난 5월31일 대기록이 끊겼지만 롯데를 상대로 1996년 이후 10년간 12승 무패의 절대 우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좌완이 귀한 삼성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5선발로 중용되는 전병호는 올 시즌 25경기 중 선발로 15번, 구원으로 10번 나섰다. 팔꿈치 수술을 마친 권혁이 이달 말께 돌아올 예정이나 오상민, 강영식, 차우찬 등으로 버텨온 삼성 좌완 불펜 중 전병호만큼 신뢰를 주는 이는 아직 없다.
전병호 역시 데뷔 초반에는 140㎞대 후반의 강속구를 꽂아 넣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구력으로,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두뇌파 투수로 변신했다. 자기 관리도 뛰어나 향후에도 삼성 마운드의 든든한 맏형으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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