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맛이 효자
동인동 찜갈비의 가장 큰 특징은 입안 가득 배어오는 맵싸한 마늘 맛. '갈비찜'과는 같은 재료에, 같은 '찜'이라는 형태의 요리법을 사용하지만 '찜갈비'의 맛과는 확연히 다르다. 갈비찜은 달큰한 간장의 맛이 입에 감겨드는 반면, 찜갈비는 일단 화끈한 맛이 일품이다.
처음 먹었을땐 "온통 마늘 투성이네."라는 푸념도 나오지만 한점 두점 집어먹다보면 입이 얼얼하게 달아오르는 매콤함에 절로 침이 고여든다.
그래서 동인동 찜갈비의 맛의 비결은 바로 마늘을 잘 다스리는 데 있다.
너무 푹 익혀 마늘의 매운맛이 다 달아나버리고 물컹물컹한 단맛만 남아서도 안되고, 덜 익혀 생마늘의 강한 향이 그대로 살아있어도 안된다. 자꾸 먹다보면 갈비맛보다는 양념 맛에 중독돼 아예 고기 양념에 밥을 듬뿍 비벼 쌈 싸먹는 마니아들도 다수다.
이순남(65'여'봉산식당) 씨는 "미리 갈비를 살짝 익혀둔 뒤 손님이 주문을 하면 고춧가루와 마늘 등의 양념을 넣어 10~15분 만에 다시 한번 익혀 낸다."며 "이 시간 정도가 마늘 맛을 가장 맛있게 하는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양재기는 못바꾸지
아무리 맛도 맛이지만 동인동 찜갈비의 가장 큰 특징은 양은 양재기. 빨갛게 양념된 갈비가 다 찌그러지고 볼품없는 양재기에 담겨 나오는 것이 이 골목의 특징이다. 수 십 년 장사 경력에 가게는 예전의 초가집을 탈피하고 현대식으로 건물로 새롭게 단장했지만 이 양재기만은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다.
양재기에 얽힌 사연도 부지기수다. 이순남 씨는 "그 사연을 우예 다 얘기하노. 내로라 하는 서울의 잘 나가는 사람들이 대구맛 본다고 찾아와서는 양재기에 담겨 나오는 고기를 보고는 버럭 화를 내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재."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찜갈비 골목에서 양재기를 사용하는 것은 제대로 된 양념맛을 위해서다. 다른 철제 용기에 비해 열 전도율이 좋아 빨리 뜨거워지고, 쉽게 식지 않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양념맛을 내는 데는 이것보다 나은 용기가 없단다.
장영숙 씨는 "질그릇이나 스텐인레스 그릇을 사용하게 되면 너무 흐물흐물 익어버려 탕이 되지 제대로 된 찜을 내 놓을 수 없다."며 "더욱이 고기에서 빠져나오는 기름이 굳지 않아 이보다 좋은 용기가 없다."고 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편리함. 다른 철제 용기를 사용하게 되면 양념이 그릇에 쫄아붙고 타버려 씻는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양재기는 물에 불려 닦으면 빡빡 닦으면 여느 용기보다 쉽게 설겆이를 할 수 있다.
여난희('여'낙영식당) 씨는 "일부러 양재기를 찌그러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손님들이 들고 나기 때문에 바쁘게 식당일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부딪혀 어쩔수 없이 찌그러질 수 밖에 없다."며 "한달에 한번쯤 양재기를 새것으로 교체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색깔이 옅어지고, 찌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양재기. 여기에 바로 세월이 갈 수록 손 맛을 더해가는 동인동 찜갈비의 마법이 숨어있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작성일: 2006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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