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대 부동산을 남에게 뺏기고도 원 소유자가 되찾으려 하지 않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법정에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에 대한 최근 재판에 방청객 10여명이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재판을 받은 송씨는 사문서를 위조해 타인의 부동산을 가로챈 사기범이고, 방청객들은 송씨가 차지한 땅에서 살아온 임차인으로 이 사건의 고발인들이다.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동종 전과가 있는 피고인 송씨가 1천억원대 재산을 가로챘음에도 수의(囚衣)도 입지 않고 불구속 재판을 받는 모습이다. 사기 피해액이 수억 원만 돼도 구속 상태에서 법정에 출두하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송씨가 희대의 사기범인데도 구속되지 않은 것은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기고도 되찾으려 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황당한' 행동과 송씨의 교묘한 사기 행각 때문이다.
송씨가 저지른 사기사건의 피해자인 재일교포 이모(2004년 10월 사망)씨는 17세 때인 1934년 일본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번 돈으로 1967년 서울 종로구와 강서구 일대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씨는 이후 귀국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국내 재산을 관리해오다 1996년부터는 송씨에게 관리를 맡겼다.
그러나 일본에 거주하는 고령의 이씨가 부동산 관리에 소홀한 데다 투병생활을 하자 송씨는 1997년 이씨의 종로구 땅과 강서구 땅(3천여평) 및 건물(3천여평) 등 3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마치 자신과 아내가 사들인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꾸몄다.
이씨 소유 부동산은 당시 300억원대였으나 현재는 1천억원대에 육박하는데도 이를 고작 20억원에 샀다는 가짜 계약서를 꾸미고 이씨 소유의 S산업 법인 도장도 날조해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냈다.
일본에 있는 이씨와 가족들이 서울에 사는 것처럼 주소를 허위로 신고했고 이를 알 리 없는 법원은 이씨 측에 재판 관련 문서를 보내도 회답이 없자, 의제자백(擬制自白)으로 송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송씨의 범죄 행각을 알아차린 임차인들이 송씨를 검찰에 고발해 올해 2월 사기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검찰은 송씨의 신병처리가 골칫거리였다.
송씨 범죄는 구속사유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일본에 있는 이씨 유족들이 석연찮은 이유를 내세워 조사받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해자의 직접적인 피해 진술이 없는데다 국제 사법공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판단에 따라 300억대 땅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 송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송씨를 기소했던 검사는 "지금 공판을 담당한 검찰은 일본과 사법 공조로 이씨 유족측의 진술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며 "송씨의 신병처리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였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1천억원대 부동산을 잃고도 이를 되찾으려 하지 않는 이씨 유족들의 상식 밖의 행태는 이들이 국내에 입국하지 못하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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