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온 석경 이원동(47) 씨가 19일까지 우봉미술전시관(053-622-6280)에서 여는 '개인전' 출품작들은 많은 점이 다르다. 전통적인 문인화에서 변화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 작품 속에 여러 조각의 작품을 엮어놓았다. 23cmX23.5cm 크기의 작품 수십 쪽이 전체적으로 통일되며 시선을 끈다. 300쪽이 한 화면에 들어간 대형작품도 있다. 이 씨의 작품을 보면 화선지의 하얀 여백도 안 보인다. 이 씨는 보통의 문인화에서 은근히 보이는 여백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백이다.
한지에 먹칠을 하고 이를 풀로 겹겹이 쌓은 뒤 그 위에 아교를 먹인 옥돌가루를 발라서 닦아낸 화면에서 여백은 고유의 색을 띠고 있다. 이 씨는 이를 "여백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적인 여백"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작품 속에서 여백의 존재 의미를 구체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화선지를 구성하고서는 철필과 손가락으로 표면을 닦아내고 긁어낸 작품은 한 화면 속에서도 철필에 의한 날카로움, 지두화(指頭畵)처럼 부드러움을 함께 보여준다. "옛날 시골의 장독과 옹기, 분청사기 등의 느낌이 난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액자가 차지하는 공간도 작아 전시공간이 하나의 커다란 여백으로도 비친다.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관람자들이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 서양 현대미술 전공으로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를 꾸준히 추구해온 이 씨의 결과물 30여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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